[잠깐 읽기] 문화예술로 파도 치는 수영구 안내서
골목에서 바다로, 수영/한국지역출판연대
지난 10월 광안리 해변에서 2023 부산 수영구 한국지역도서전이 열렸다. 지역출판의 가치를 되살리기 위해 기획된 전국 규모의 순회 도서전으로 올해 부산 수영구가 개최지로 선정된 것이다. <골목에서 바다로, 수영>은 이 행사를 기념해서 만들어진 책이다. ‘수영구’를 무대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12명이 집필자로 참여했다. 흔히 골목을 도시의 실핏줄이라고 한다. 이 실핏줄을 통해 사람들이 오가고 지역 문화예술이 흐른다. 수영구의 골목들을 따라 걷다 보면 크고 작은 문화예술 단체와 공간이 있음을 알게 된다. 이들 단체와 공간에서 이뤄지는 수많은 프로그램은 다른 지역 사람들까지 수영구로 불러 들인다.
책은 ‘기획’ ‘공간’ ‘확산’ 3개의 장으로 구성된다.
1부에서는 수영에서 문화를 만들고 새로운 예술의 씨앗을 심는 문화기획자, 출판 관계자, 미디어활동가, 연극 극단 대표의 목소리를 들려준다. 2부는 문화를 담는 공간을 가꾸는 사람들을 소개한다. 로컬크리에이터의 터전을 자처한 라움 프라다바코, 수영성마을박물관, 도시재생활성화사업을 총괄하는 도도수영8A와 수영의 공방들 이야기가 전해진다. 3부에는 지역에서 싹을 틔운 문화를 더 널리 퍼뜨리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독립출판 작가가 추천하는 동네 책방, 비건 빵집 운영자가 소개하는 비건 가게는 지역 탐색자들에게도 유용한 정보가 된다.
특히 ‘수영에서 영화하기’와 ‘수영에서 전시하기’편에서는 문화예술 창작과 향유를 위한 커뮤니티와 공간이 포진한 수영 지역의 저력을 느낄 수 있다. 책 뒤편에 실린 부록 ‘수영구 문화예술 지도’를 보며 골목에서 바다까지 문화로 파도 치는 수영구를 여행해 봐도 좋을 것이다. 한국지역출판연대(기획) 지음/호밀밭/200쪽/1만 5000원.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