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화와 영남 악가무의 만남 ‘도깨비 교방’ 흥이 나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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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9일 부산민속예술관 송유당 공연
고종 때 정현석 편찬 <교방가요> 소재
도깨비·‘선상기’ 제도 엮어 스토리텔링
동래고무·진주검무·태극무 등 선보여
문화예술위 중장기 창작 지원 성과물

윤여숙무용단이 2023년 신작으로 선보일 ‘도깨비 교방’ 4장에서 추게 될 한바탕 즉흥놀이 모습. 윤여숙무용단 제공 윤여숙무용단이 2023년 신작으로 선보일 ‘도깨비 교방’ 4장에서 추게 될 한바탕 즉흥놀이 모습. 윤여숙무용단 제공

고종 4년(1867년) 진주목사로 부임한 정현석이 편찬하기 시작해 김해부사 시절(1872년) 완성한 <교방가요>는 진주교방에서 연행했던 춤과 노래를 모아 편찬한 책이다. 기악, 노래, 춤을 포함하는 악가무(樂歌舞)에 관심 있는 예인이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만큼 귀중하다. 이 책에는 다른 문헌에선 찾아볼 수 없는 ‘진주검무’를 유일하게 무보(舞譜·춤의 동작을 악보처럼 일정한 기호나 그림으로 기록한 것)로 전하고 있어 그 가치가 높다고 한다. 아쉽지만 부산의 동래교방 춤은 ‘고무라는 춤이 있다’고만 언급된다.

윤여숙무용단이 정현석의 <교방가요>를 소재로, 우리 설화에 자주 등장하는 도깨비, 그리고 영남지역의 악가무 예술을 꽃피웠던 동래교방과 진주교방, 더 나아가 중앙관청과 지방 교방의 악가무 소통 역할을 했던 ‘선상기’(選上妓· 나라의 큰 잔치가 있을 때 각 지역 교방에서 뽑아 올리던 기녀) 제도를 스토리텔링 한 총체 무용극 ‘도깨비 교방’을 만들었다. 이 작품 초연 무대가 오는 18~19일 오후 4시 부산 동래구 온천동 부산민속예술관 송유당에서 열린다.

지난 7월 ‘2023 금정산 고당 할미’ 춤 작업에 이은 신작이다. 남들은 한 해 한 번 하기도 힘든 공연을 두 번이나 할 수 있는 건, 윤여숙무용단이 지난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 중장기 창작 지원 사업에 선정돼 3년간 지원받는 덕분이다. 올해가 2년 차이다.

윤여숙(부산시 무형문화재 ‘동래고무’ 전승교육사) 대표는 “지난해 이맘때쯤 ‘금정산 고당 할미’를 송유당에서 첫선을 보인 뒤 올해 대극장(국립부산국악원 연악당) 무대에 올렸던 것처럼 ‘도깨비 교방’도 올해 초연하고, 내년에 대극장용으로 더욱 발전시켜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많은 예술가가 느끼는 것이지만, 몇 달에 걸쳐서 작품 하나를 만들어 공연 한 번으로 끝내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며 “작품 완성도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여서 3년짜리 중장기 창작 지원 사업은 예술가 입장에선 정말 감사한 일”이라고 말했다. 3년 차 작업으로는 조선통신사 관련 춤을 구상 중이다.

물론 이에 수반하는 성과 보고서 제출 등 행정 절차도 보통의 공연 때보다는 갑절로 힘들다. 3년짜리로 받았지만 매년 평가가 새롭게 이뤄지고, 그 결과에 따라 지속 혹은 탈락 여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런 지원이 있어서 신작 발표와 재연 공연이 가능하고, 딸린 식구들(무용단과 악사들)도 작업 기회가 늘어나 더없이 소중한 기회라고 말했다.

이번 작품에서 그가 강조하고 싶은 점은 무엇일까. “코로나 팬데믹이 끝났지만 저마다 너무나 힘들다고 토로합니다. 우리가 누구입니까? 반만년의 역사를 살아오며 위기를 기회로 삼고, 아무리 힘들어도 낙심하고 움추러들기보다 낙천적 기질로 난관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발휘했습니다. 우리 민속 예술에도 그 기질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윤여숙무용단이 2023년 신작으로 선보일 ‘도깨비 교방’ 3장에 나오는 '태극무'를 추는 모습. 윤여숙무용단 제공 윤여숙무용단이 2023년 신작으로 선보일 ‘도깨비 교방’ 3장에 나오는 '태극무'를 추는 모습. 윤여숙무용단 제공

2023년 ‘도깨비 교방’은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사람들 곁에서 이로움을 주는 존재로 살고 있을 것 같은, 순수하면서도 장난기 많은 도깨비를 내세워 풍자와 해학의 재미를 전하고자 한다. 극 중 인물로 등장하는 정현석의 꿈에서 ‘선상기’ 경연이 펼쳐지고, 이를 통해 동교방과 진교방으로 이름 붙인 동래교방과 진주교방 기녀들은 경쟁적으로 ‘동래고무’와 ‘진주검무’를 선보인다. 태극무도 곁들인다. 마침내 정현석은 영남의 가무악을 정리한 <교방가요>를 완성한다는 내용으로 전개된다. 대사가 있고, 노래와 가락이 있고, 춤이 있는 총체 무용극이다.

예술감독에 김온경(동래고무 보유자), 춤꾼으로 정현석 역에 이광호(부산시 무형문화재 동래학춤 전승교육사), 동도깨비 역은 김이대(부산시 무형문화재 동래야류 이수자), 진도깨비 역은 성재호(부산시 무형문화재 한량춤 이수자), 감초 이방 역은 김동오(한량춤 이수자)가 맡는 등 19명이 출연한다. 악사는 김경수(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 피리 수석) 음악감독, 이치종(일통고법보존회 경남지회장·장고) 악장 등 10명이 나온다.

윤여숙은 기획·안무 외에 묘령의 여인으로 정현석의 꿈에 나타나 강태홍류 산조춤을 6분가량 춘다. 공연 시간은 70~80분으로 예상하지만, 즉흥성이 강한 퍼포먼스 대목에서 얼마나 신명 나는 한바탕 도깨비놀음을 펼칠지 여부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전석(189석) 초대이다. 다만 네이버 예약을 할 경우, 자리를 먼저 확보할 수 있다. 문의 부산민속예술보존협회 051-555-0092.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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