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고 긁고 씻고 뿌리고… 캔버스에 옮긴 분청사기 [전시를 듣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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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청회화’ 차규선 개인전
18일까지 해운대구 맥화랑
“시작 때의 순수함 보여줘”

차규선 '風景'. 맥화랑 제공 차규선 '風景'. 맥화랑 제공

“분청회화를 처음 시작할 때의 순수한 상태를 보여주려고 했어요.”

대구 중견작가 차규선의 ‘회화, 분청으로부터’전이 부산 해운대구 맥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분청사기의 표면에 새겨진 유기적 곡선 표현에서 포착한 감각을 옮긴 ‘분청회화’는 차 작가를 대표하는 작업이다. 차 작가는 “2001년에 분청회화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재료든 형식이든, 내가 표현하려는 것에 부합한다면 무엇이든 다 그릴 수 있다고 생각해요. 분청에 특화되어 있지만 내 작업이 분청회화에 국한된 것은 아니에요.”

맥화랑에서 열리는 개인전 작품 앞에 선 차규선 작가. 오금아 기자 맥화랑에서 열리는 개인전 작품 앞에 선 차규선 작가. 오금아 기자

이번 전시는 차 작가가 맥화랑에서 16년 만에 갖는 개인전이다. 그는 어떤 그림을 보여줄까 고민을 하다 ‘초심으로서의 분청’ 작업을 보여주기로 했다고 전했다. “작가들이 잘 그리려고 노력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경직되는 경우가 생기죠.” 욕심을 빼려 했다고 말하지만 차 작가의 분청회화는 여러 기술이 모인 결과물이다. “분청사기에도 그리기, 긁어내기, 큰 붓질, 담그기 등 여러 기법이 있어요. 분청사기가 가진 예술적·창의적·회화적 요소를 캔버스에 옮기는 거죠.”

분청회화 작업을 할 때 차 작가는 캔버스 위에 흙을 섞은 지지체를 만든다고 했다. “여기에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요. 유약에 담그거나 붓질을 해서 바르는 것, 긁어내는 것 등이 지지체 위에서 이뤄지죠. 이 작업은 시간차공격을 잘 해야 그림이 제대로 나와요. 덜 말랐을 때 해도, 너무 말랐을 때 해도 선이 잘 안 나오거든요.” 전시장에 달항아리의 표면을 펼친 것 같은 그림이 있고 눈 내린 아침의 조용한 풍경 같은 그림이 있다.

차규선 '風景'. 맥화랑 제공 차규선 '風景'. 맥화랑 제공
맥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차규선 개인전 '회화, 분청으로부터' 전시장 전경. 오금아 기자 맥화랑에서 열리고 있는 차규선 개인전 '회화, 분청으로부터' 전시장 전경. 오금아 기자

소나무 숲을 그린 것 같은 작품은 흙 지지체에 아크릴 물감을 바르고 난 뒤 깊이를 주기 위해 물로 씻어낸 것이다. “또 다른 것이 없을까 해서 1차로 긁고 난 뒤 물로 씻고 다시 가필을 하거나 물감을 뿌린 것도 있어요. 바르거나 씻어내는 과정에서 내가 개입하지 못 하는 부분이 있기에 작업할 때 늘 긴장해요.”

경주 출신인 작가는 어릴 때부터 도자기에 친숙했다고 말했다. “작품이 안 될 때는 문인화나 동양화를 찾아봐요. 작가는 ‘높은 눈’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자기 그림을 냉철하게 볼 수 있고, 좋은 그림이 나오거든요.”

차규선 개인전 ‘회화, 분청으로부터’는 오는 18일까지 이어진다. 맥화랑(해운대구 달맞이길 117번나길 162)은 일·월요일은 휴관한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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