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지권 이슈 부상에 미 민주당 반색
낙태권 옹호 정책 유권자 호응 커
최근 선거 승리에 대선 영향 기대
미국에서 임신중지권(낙태권) 문제가 내년 대선의 최대 이슈로 부상할 조짐을 보이면서 민주당이 반색하고 있다.
최근 임신중지권이 쟁점이 된 주의 주민투표와 주의회 선거 등에서 민주당이 일제히 승리를 거두면서 여론조사에서 고전하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대선 승리 희망이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8일(현지 시간) 외신에 따르면 전날 오하이오주에서 낙태 권리를 주 헌법에 명기하는 개헌안이 주민투표를 통과했다. 버지니아주에서도 주 상하원 선거에서 민주당이 양원 모두 다수당 자리를 차지했다. 펜실베이니아주에서는 대법관 한 자리를 채우는 선거에서 민주당 소속으로 ‘임신중지권 수호자’를 자처해온 댄 맥커패리가 당선됐다. 또 켄터키주의 민주당 소속 현직 주지사인 앤디 베시어 지사도 공화당 대니얼 캐머런 후보를 누르고 재선에 성공했다.
이들 선거의 공통점은 임신중지권이 핵심 이슈로서 민주당의 승리를 이끌었다는 것이다.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의 임신중지권 폐지 정책을 겨냥해 광고 수천만 달러어치를 퍼부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들 선거의 성격은 모두 달랐지만, 선거 결과는 ‘유권자들이 임신중지권을 지키기 위해 투표장으로 나갈 것’이라는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고 요약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양자 대결 여론조사에서 연일 열세를 보였다. 특히 네바다·조지아 등 핵심 경합주 5곳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4∼11%포인트씩 뒤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번 선거 승리가 민주당 지지층에는 여론조사에 대한 ‘해독제’가 됐으며, “여론조사는 투표와 다르다”는 말이 바이든 대통령 측의 ‘주문’이 됐다고 워싱턴포스트(WP)는 전했다. 또 이번에 버지니아·펜실베이니아 같은 경합주뿐만 아니라 공화당 텃밭으로 꼽히는 켄터키·오하이오에서도 민주당이 승리하면서 임신중지권 이슈의 파괴력이 다시 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화당 측 정치 컨설턴트인 마이크 마드리드는 많은 유권자, 특히 여성이 공화당에서 떠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간 현직 대통령이 재출마한 대선은 현 대통령에 대한 평가를 중심으로 치러져 왔다. 하지만 민주당은 이와 달리 내년 대선을 낙태 금지 등 극우 정책을 추구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 공화당에 대한 심판의 장으로 바꾸겠다고 밝히고 있다.
다만 임신중지권 이슈가 고령 등에 발목이 잡힌 바이든 대통령의 낮은 인기를 극복할 만큼 내년 대선에서 충분한 위력을 발휘할지는 미지수다. 연합뉴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