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마스 도발, 계산된 도박… 판 바꾸려 보복 감수”
NYT “독립국가 건설 위한 행동”
팔레스타인 문제 부각시킬 의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보복전을 불러일으킨 것이 의도된 ‘도박’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하마스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발발해 대규모 민간인 피해가 발생하고 지역 전쟁으로 번질 우려가 고조되고 있지만 이는 하마스의 계산 착오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고 8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하마스 지도부는 갈수록 요원해지는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이라는 대의를 되살리고 이스라엘 상대 무장투쟁에 다시 불씨를 댕겨 이스라엘과의 ‘영구적’ 전쟁 상태를 만들고자 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폭력만이 답이었으며 이스라엘의 보복도 감수했다는 진단이다.
NYT는 하마스 내부에서 그동안 조직의 정체성과 목적을 두고 상반된 입장이 충돌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라이벌 정당인 파타보다 과격한 무력 저항 노선을 취해온 하마스는 2006년 치러진 팔레스타인의 마지막 선거에서 압승했고, 파타와의 대립 끝에 2007년 가자지구를 독자적으로 통치하게 됐다. 이후 가자지구 주민의 일상을 책임지고 관리하는 정부 역할을 맡으면서 본래 목표인 무력에 의한 독립국가 건설과 새로 부여된 가자지구 통치 임무 중 어느 쪽을 우선해야 하는지를 두고 지도부의 입장이 엇갈렸다.
하마스 전문가인 타레크 바코니는 세월이 지나면서 하마스는 무장 투쟁보다 정부 역할 수행에 기울어지게 됐으며 이스라엘과의 “폭력적인 균형” 상태에 만족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치 지도자 야히아 신와르(61)와 알카삼 여단의 최고 사령관인 무함마드 데이프(58) 등 하마스 최고 지도부는 무장조직으로서의 정체성과 목적을 되살리고자 했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이번 기습 공격이 그러한 시도의 하나라고 짚었다.
무력으로 이스라엘을 몰아내고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를 건설한다는 대의가 점점 뒤로 밀려나고, 이를 지지해온 사우디아라비아마저 이스라엘과 관계 정상화를 모색하게 된 상황을 뒤엎으려면 과감한 행동이 필요했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하마스 최고 지도부의 일원인 칼릴 알하이야는 팔레스타인의 대의가 죽지 않음을 보이려면 “단순 충돌이 아니라 전체 방정식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방정식을 바꾸려면 위대한 행동이 필요했다”면서 “그에 대한 (이스라엘의)반응이 크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알하이야는 “우리는 세계를 깊은 잠에서 깨웠고 팔레스타인 문제가 계속 논의돼야 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면서 “하마스의 목표는 가자지구를 통치하며 물과 전기를 공급하는 것이 아니다. 이번 전투는 연료나 노동자를 얻고 가자지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