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거대 노조 ‘이념보다 권익’ 새 물결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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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노조 신규 가입 전교조 추월
정치 이슈보다 교사 권익 앞세워
부산지하철노조 새 지도부 발족
대외 활동보다 조합원 중심 선언
시민사회단체와 연대 약화 우려도

사진은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일을 맞아 부산교사 추모집회가 열린 지난 9월 4일 부산시 교육청에서 참석 교사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사진은 서이초 교사의 49재 추모일을 맞아 부산교사 추모집회가 열린 지난 9월 4일 부산시 교육청에서 참석 교사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 노동계에 조합원 권익을 중시하는 ‘실용주의’ 노선 바람이 불고 있다. 이념적 투쟁이나 사회참여형 운동을 줄이고 조합원 이익을 대변하는 기조가 강해지는 것인데, 한편으론 노조와 시민사회단체의 연대 약화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9일 부산교사노조에 따르면 부산의 대표 교원노조인 ‘부산교사노조(교사노조)’에는 지난 7월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 사건 이후 평소의 5배 가까운 규모로 가입자가 폭증하고 있다. 지난 7월부터 지난달까지 약 700명이 가입했다. 한 달 평균 230여 명의 조합원이 늘어난 것인데, 이전에는 월 50~80명 정도 가입자가 늘었다. 2020년 출범한 교사노조는 1000명 초반대의 가입자로 출범했고 매년 500명가량 가입자가 늘었다. 한 해 가입자 수를 3개월 만에 넘은 것이다. 지난달 기준 총 가입자는 3174명이다. 학부모 관련 민원이나 교사 폭행 등이 빈번한 초등학교 교사가 전체 가입자의 85%를 차지한다.

부산에는 교사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한민국교원조합의 4개 교직단체가 있다. 노조 자격을 가진 단체는 전교조와 교사노조 두 곳이다. 전교조 가입자도 증가하지만, 교사노조의 증가세가 압도적인 편이다. 교사노조는 정치색이 옅고,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보다는 교사 권익 강화에 집중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교육계는 노조 활동 등에 소극적이던 교사들이 교권 추락에 따른 위기 의식 때문에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교사노조로 집결한다고 본다. 교육 현장의 민주화, 권위주의 교육 탈피 등을 내세웠던 교사 노동운동의 기조가 교사의 처우 개선, 권익 강화 등으로 변하는 셈이다. 실제 교사노조는 부산시교육청의 각종 정책에 대해서도 교사 업무 부담을 줄이는 것에 초점을 맞춰 대응한다.

교사노조 김한나 위원장은 “교권 침해 사안의 경우 시교육청보다 더 적극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고자 했다”며 “교사가 수업, 학생 교육 같은 교사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자는 목소리를 꾸준히 낸 점이 가입자 증가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부산 노동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산교통공사의 ‘부산지하철노조(지하철노조)’도 조합원 중심 노조로 운영 기조 전환을 꾀하고 있다. 최정식(54) 위원장과 한정호(42) 사무국장은 지난달 19일 제22대 위원장·사무국장 선거에서 54.9% 득표율로 당선됐다. 지하철노조는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와 대외 활동에 적극적이라는 평가를 받았으나, 최 위원장은 선거 운동 기간에 “노조는 조합원에게 돌아가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지하철노조는 수서발 부산행 SRT 운행 축소 관련 철도노조 투쟁 등 여러 현안에서 적극적인 연대 활동으로 지역 노동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이번 선거 결과로 조합원 중심의 노조를 바라는 내부 여론도 상당하다는 게 확인된 셈이다. 다만 현 노조 역시 종전과 마찬가지로 민주노총 소속인 만큼 기조 변화는 점진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노조가 조합원의 권익을 우선시하는 변화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의 우려는 적지 않다. 내부 현장에 집중하면서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해 외부 노동자와의 연대가 약화되면 결국 노조의 순기능이 상실되고 노동계 전체가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노총 부산본부 관계자는 “시민 지지가 없으면 노조도 힘을 잃을 수밖에 없기에 외부와의 연대를 놓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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