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독과점 개선책 발표 ‘압박’… 은행권 속앓이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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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금리 인하·금융 인프라 확충 포함
은행 독과구조 해소책 올해 말 공개
소상공인 청년 지원 등 상생 대책 내놔
금융당국, 은행권 잇단 대처에도 냉랭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우리나라 은행은 갑질을 많이 한다. 너무 강한 기득권층”이라며 “그만큼 과점 상태, 일종의 독과점”이라고 질타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일 서울 마포구에서 열린 제2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우리나라 은행은 갑질을 많이 한다. 너무 강한 기득권층”이라며 “그만큼 과점 상태, 일종의 독과점”이라고 질타했다. 연합뉴스

최근 은행 독과점 구조를 강하게 비판해 온 정부가 연내 이를 해소할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에서는 선제적으로 상생 금융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당국의 계속된 질타에 고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종노릇’ 비판에 독과점 해소책 속도

12일 금융권과 정가에 따르면, 대통령실 관계자는 최근 은행 독점구조 개선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 연내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은행 간 경쟁을 촉진해 시중금리를 낮추고, 신용등급이 낮은 저신용자나 사회 경력이 오래되지 않은 청년들이 고금리로 내몰리지 않도록 금융 인프라를 확충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정부가 은행권 힘 빼기에 속도를 내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연일 은행 독과점 행태를 강하게 비판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도입을 주장한 이른바 ‘횡재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기류가 감지된다. 횡재세는 독과점이라는 사회 구조로 이익을 얻은 기업에 매기는 세금으로 유럽 일부 국가에서 도입하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월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기업의 이익을 좇아가며 그때마다 횡재니 아니니 하며 얼마를 더 내라고 하는 것은 시장 원리에도, 경제 기본 원리에도 맞지 않는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하지만 민주당에선 은행의 초과 이윤에 횡재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미 영국·루마니아·그리스·이탈리아 같은 많은 나라가 에너지산업 대상으로 횡재세를 도입했다”며 “미국도 석유회사에 초과 이익에 대해 소비세 형태의 과세법안을 발의했다”고 설명했다.

■발 빠른 반응에도 당국 냉랭

이처럼 정부의 압박이 연일 거세지면 은행권도 상생 금융 상품을 마련하기 위해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특히 오는 16일로 예정된 금융당국 수장들과 주요 금융지주 회장단의 회동이 임박하면서 그 움직임은 더욱 빨라지고 있다.

우선 BNK금융그룹은 지난 3일 부산 남구 부산은행 본점에서 빈대인 회장 주재로 전체 자회사 대표와 CFO(재무책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회의를 열어 상생 금융 추진 현황 점검과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이들은 그룹 내에 외부 전문가를 포함한 지역상생발전위원회를 별도로 구성하고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성장지원’, 소상공인 및 취약계층에 대한 ‘재기 지원’, 청년 등에 대한 ‘창업 지원’이라는 3대 전략과제를 중심으로 실질적인 상생 금융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세부 과제를 구체화해 가기로 결정했다.

시중은행들도 발빠르게 움직였다. 하나은행은 지난 3일 소상공인·자영업자 30만 명에 대한 1000억 원 규모의 금융 지원 계획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일정 기간 약 11만 명이 납부한 이자 가운데 약 665억 원을 ‘캐시백’ 형태로 돌려준다는 것이다.

또한 신한금융그룹도 지난 6일 약 1000억 원 규모의 취약 금융 계층(소상공인·자영업자·청년) 지원 방안을 내놓은 상태다. 현재 시행 중인 소상공인 이자 감면·수수료 면제 등 상생 금융 지원 프로그램의 기한을 1년 연장하고 대상을 늘리는데 610억 원, 소상공인·청년 금융 부담 완화 부문에 440억 원을 새로 투입하기로 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면서 은행권의 속앓이는 더욱 심화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이복현 원장은 지난 6일 “은행이 반도체나 자동차만큼 다양한 혁신을 해서 60조 원의 이자수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인지에 대해서는, 은행 산업에 계신 분들도 현실적 판단을(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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