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돋보기] 현실주의자가 돼라
동상훈 DB금융투자 양산지점장
‘비관론자는 인기를 얻고 낙관론자는 수익을 얻는다’는 주식시장의 오래된 격언이 있다.
근래 투자시장은 유례없는 미국의 금리인상 사이클로 인한 후폭풍,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연장되는 인플레이션, 신냉전주의 인한 자유무역의 축소 등 많은 부정적 대외 변수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리고 이를 전면에 내세워 자세한 데이터 및 그래프로 무장한 폭락 시나리오들 또한 넘쳐 나오고 있다. 이들은 ‘제2의 IMF 가능성’, ‘코스피지수 2000포인트 붕괴’ 등을 외치며 우려를 넘어서는 공포심으로 투자자들을 얼어붙게 하고 있다.
비관론을 넘어 폭락론이 등장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두 가지 이면이 있다. 첫째, 경제적인 측면이다. 자극적인 썸네일과 어그로만으로도 조회수만 높다면 돈이 되는 세상이다. 신중한 투자자들은 항상 리스크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유로울 수 없으므로 본능적으로 비관론자의 목소리에 집중하게 돼 있다. 자극적이고 강한 메시지를 동반한 폭락론은 대중적인 관심과 그에 기반한 수익을 가져다 줄 수 있다.
둘째, 심리적인 측면이다. 비관론은 낙관론에 비해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롭다. 부정적 결과를 경고받은 투자자는, 결과가 적중되었을 때는 조언자에게 찬사를 보내고 그 경고가 실현되지 않았을 때는 ‘어쨌든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을 느끼며 사안을 종료하는 경우가 많다.
두가지 측면을 고려할 때, 우리는 비관론자들의 조언을 귀담아 듣되 조금은 냉정한 태도로 걸러내고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할 필요가 있다.
증권분석의 창시자이자 가치투자의 아버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은 “현명한 투자자는 비관론자에게서 사서 낙관론자에게 파는 현실주의자이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의 모든 상황을 무시한 채 막연한 낙관론만 가지고 겁없이 전장에 뛰어드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동시에 위협과 두려움 앞에 맥없이 자신이 가진 무기들을 모두 내려놓고 백기를 들거나 아예 전장에 발을 들여놓을 엄두도 내지 못하는 것 또한 어리석은 노릇이다.
냉정하게 현실을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자신이 선택한 자산의 현재 시장가치를 인정하고, 향후 자산의 가치 상승 가능성은 얼마나 될지 따져보는 것으로 자책을 시간을 돌렸으면 한다. 냉철한 현실주의자에게는 언제나 출구가 열려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