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기후변화 위기가 새로운 기회를 만든다
도덕희 한국해양대 총장·기계공학 박사
기후변화와 대기오염 대책 덕분에 몇 년 전 고사 위기를 겪었던 우리 조선업계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디젤보다 미세먼지와 탄소 배출이 훨씬 적은 LNG연료 추진 선박 수요가 급증하자 이 분야 세계 최고의 건조 기술을 가진 한국 조선 3사에 주문이 몰려오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 세계 최고 수준의 코로나 방역 수칙 실천에 힘입어 우리나라 조선소와 조선기자재 업체들은 공장을 계속 돌릴 수 있었고, 코로나 사태로 급증한 해운 물량을 소화해 낼 수 있음으로써 조선산업은 세계 1~2위 해운산업은 세계 6~7위로 복귀했다.
보다 강화되는 기후 대책으로 인해 우리 조선업계는 친환경 원천 기술 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부상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글로벌 물류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해운산업에서 3%의 온실가스가 배출되고 있으며, 이대로 가면 2050년에는 10% 수준이 될 전망이다. 이 때문에 국제해사기구(IMO)는 지난 7월에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100% 감축을 잠정 합의하였다. 205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0으로 하지 않으면 지구 환경은 제어가 어렵게 된다는 과학자들의 무서운 경고에 따른 것이다. 2030년까지는 20% 감축해야 하며, 2040년까지는 70%를 감축해야 한다. 새로운 연료를 사용하지 않으면 대응이 불가한 상황이다.
2050년 디젤·LNG 연료 선박 퇴출
탄소 배출 적은 첨단 선박 수요 폭증
원자력·수소연료전지 등 추진 방식 개발
무탄소 선박 원천 기술 확보 전력해야
약 3만 척에 달하는 5000톤 급 이상의 디젤연료 추진 선박은 모두 퇴출되고, LNG연료 추진 선박도 2050년까지 모두 퇴출되는 신세로 전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해운시장의 85%를 좌우하는 덴마크의 머스크를 포함한 글로벌 10대 선주사는 해결책을 찾기 위해 각개전투를 벌이고 있다. 이처럼 친환경 선박 건조의 글로벌 시장 변화가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중국, 일본 등 경쟁국과의 초격차 확보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 우선 암모니아, 전기, 수소연료전지를 중심으로 한 무탄소 에너지를 사용하는 미래 친환경·무탄소 선박 및 기자재 원천 기술 개발을 위해 전력 질주를 하고 있다.
전통적 조선 기술 강국인 미국과 유럽 등은 친환경 분야 미래 시장과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훨씬 더 많은 재원을 투자하고 있다. 현재 해운 산업에서 탄소 배출의 90%가 한·중·일 등 아시아 국가에 집중되어 있으나, 무탄소 선박 시대에서도 고부가가치 원천 기술을 계속 지배하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그런 가운데, 2050년에 친환경 선박의 3분의 2를 차지할 유망 원천 기술로서 암모니아 터빈 엔진과 수소 연료전지 추진 방식이 개발되어 왔다. 수소의 경우 디젤연료 및 LNG연료 대비 3배 이상 비싸며 안전 관련 인프라 구축 등을 통한 경제성 확보 과제가 남아 있다.
원자력 추진 선박 도입 움직임이 유럽을 중심으로 일고 있다. 유럽 조선 해운 전문가들의 지지 속에 영국 해양수산청은 원자력 선박을 인허가하기 위한 제도의 초안을 발표하였고, 프랑스 선급은 이미 원자력 선박의 안전성을 검사할 수 있는 체제를 갖추었다. 후쿠시마 사고 이후, 원자력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원자력 추진 선박의 개발이 유럽 중심으로 가속되고 있다. 그 이유는 첫째, 현재의 디젤연료 추진 선박보다 훨씬 저렴한 경제적 대안이라는 점과 둘째, 원자력을 청정에너지로 분류하는 국가가 최근에 증가하고 있다는 점, 셋째, 수천 년 이상 쌓여 온 인간의 항해 경험을 기반으로 핵잠수함, 핵항공모함 그리고 원자력 쇄빙선에 이미 적용되어 왔다는 점이다.
러시아는 60년 이상 북극해에서의 원자력 쇄빙선 운영 경험으로, 20% 이하의 농축 우라늄을 사용하는 상용 소형가압경수로(PWR)를 대형 쇄빙선과 부유식 발전소에 탑재하여 운영을 시작하였다. 중국도 러시아처럼 PWR 방식의 부유식 원전을 건설 중이며, 프랑스와 협력으로 PWR 방식의 쇄빙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의 PWR 방식과 이를 기반으로 한 한국의 SMART 소형원전이 개발되어 상용 선박에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또한, 유럽은 핵연료 교체 없이 선박 수명 동안 쓸 수 있는 제4세대 소형 원자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기후변화 위기로 세계 선박들은 국제해사기구(IMO)에 의한 환경 규제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영구 퇴출되는 위기를 맞고 있다. 우리 조선업계가 원자력계와 융합하여 무탄소 선박 시대의 원천 기술 확보에 전력투구한다면, 세계의 소형원자력 추진 선박 주문이 한국으로 쇄도하게 되는 상황을 기대할 수 있다. 위기가 새로운 위기를 만들지만, 새로운 기회도 동시에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