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위 안건 3건 중 1건만 수용… 국힘 지도부, 혁신 보폭 차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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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범 보름 만에 3호 혁신안 발표
홍준표·이준석 ‘징계 취소’만 수용
연일 ‘친윤 등 험지 출마’ 압박에도
당내 “공천 작업 전 시기상조” 우려
청년 우대안 채택 여부도 미지수

국민의힘 인요한(왼쪽) 혁신위원장과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인요한(왼쪽) 혁신위원장과 강기정 광주시장이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출범 보름여 만에 3호 혁신안까지 쏟아내며 쇄신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당 지도부가 주춤하며 혁신위와 보폭 차를 드러내고 있다. 혁신위의 1~3호 혁신안 중 지도부가 받아들인 건 현재 1호 혁신안인 ‘징계 취소’뿐이다.

지도부·중진·친윤(친윤석열)의 불출마 또는 험지(수도권) 출마 권고 역시 표류하면서 당과 혁신위의 간극이 커지는 분위기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혁신위 출범 당시 인 위원장에게 전권을 준 만큼 당 지도부가 혁신위의 각종 혁신안을 수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당내 견해차가 크다면 현실적으로 모두 수용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당 혁신위는 지난달 26일 출범 이후 당내 통합과 정치인 희생, 청년과 미래를 키워드로 3호 혁신안까지 발빠르게 쏟아냈다. 이어 지도부·중진·친윤계 의원에 대한 불출마·험지 출마도 권고했다. 하지만 실제 당 지도부가 공식 수용한 안건은 홍준표 대구시장과 이준석 전 대표에 대한 징계 취소 건에 그친다.

인 혁신위원장이 연일 압박에 나섰지만 실제 당 지도부 입장 변화는 크지 않다. 인 혁신위원장은 지난 3일 ‘대통령을 사랑하면 험지에 나오라’ ‘대통령과 가까운 분들에게 결단을 내려달라고 설득하고 있다’ 등 압박성 메시지를 내놨다. 지난 10일에는 지도부·중진·친윤 의원들의 ‘침묵’에 대해 “기다릴 것”이라면서도 “요구를 좀 더 세게 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당 안팎 평가는 엇갈린다. 인 혁신위원장의 과감한 보폭에 지지율이 일부 반등하는 등 호평이 나오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일러도 너무 이르다”는 우려도 있다. 내년 총선 공천 기초 작업도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혁신위의 불출마·험지 출마 권고는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있다.

공천 뇌관을 너무 일찍 건드려 부작용만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통상 정기국회가 끝나고 불출마 등 움직임이 있었다. 이를 고려하면 희생 결단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면서도 “일정 수준의 인적 쇄신은 불가피하다. 당의 책임 있는 분들이 그래도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 대표는 지난 9일 “요즘 언론 보도를 보니 너무 급발진하고 있는 것 같다”며 “급하게 밥을 먹으면 체하기 십상이니 잘 한 번 보자”고 언급했다. 김 대표는 인 혁신위원장이 주호영 의원과 함께 불출마 또는 수도권 출마자로 지목된 당사자이기도 하다. 당 안팎에서 김 대표가 당장은 아니더라도 곧 결단을 내릴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친윤계 인사들도 계속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혁신위도 당 상황을 살피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혁신위는 불출마·험지 출마 요구를 ‘구두 권고’ 수준으로 남겨둔 채 적절한 시기가 오면 지도부에 안건으로 정식 제출하겠다는 뜻도 내비치고 있다.

2, 3호 혁신안을 당이 수용할지 여부도 아직 미지수다. 정치개혁 내용을 담은 2호 혁신안, 총선 공천 과정에서 청년을 우대하는 3호 혁신안은 아직 지도부의 공식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 45세 미만 청년 비례대표 50% 할당·우세 지역구 청년 배정 등 3호 혁신안의 경우 이르면 오는 13일 최고위원회의 안건으로 상정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수용 여부는 미지수다.

청년 정치인 사이에서도 “나이만 갖고 우대받거나 차별받는 게 정치 혁신이냐” “민주주의 평등과 자유 원칙에 어긋난다” 등의 지적이 나온다. 국회의원 숫자 10% 감축·불체포특권 포기·국회의원 세비 삭감·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원천 배제 등 2호 혁신안의 경우에도 지도부는 의결 없이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만 내놨다.

가장 민감한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의 경우 향후 총선기획단, 공천관리위원회 등에서 실무적 검토를 거쳐 수용 여부와 구체적 방식을 정해야 한다는 게 지도부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 관계자는 “혁신위 보고 안건들은 의견 수렴, 입법 등의 절차를 거쳐야 하거나 공천 심사 때 구체화해야 하는 사안들이기에 의결을 아직 하지 않은 것뿐”이라고 말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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