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기부자에 동기 부여해 장학사업 확장하는 게 내 역할”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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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김해미래인재장학재단 현종원 이사장

대학 등록금 없어 학업 중단 상처로 남아
아픈 기억 장학사업에 발 들이는 계기 돼
임기 동안 자산 50억 원·지급액 배로 늘려
성적·예체능·지역전략산업 등 지원 다각화


(재)김해미래인재장학재단 현종원 이사장이 향후 장학사업에 대한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경민 기자 (재)김해미래인재장학재단 현종원 이사장이 향후 장학사업에 대한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경민 기자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했는데 등록금이 없어 다닐 수가 없었어요. 당시 얼마나 충격이 컸던지, 굉장히 아픈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저와 같은 경험을 하는 젊은이들이 없길 바랐어요. 그게 제가 장학사업에 발을 들이게 된 이유입니다.”

(재)김해미래인재장학재단 현종원(76) 이사장은 학창 시절 배움에 대한 목마름이 컸다. 돈이 없어 대학을 중퇴하고 군대를 다녀온 그는 시멘트 회사에 취직했다. 현 이사장은 부지런히 일을 배워 50여 년 전 김해시 상동면에 고향 이름을 딴 ‘고흥시멘트공업사’를 차렸다.

시간이 흘러 회사는 점차 성장했다. 1980년 기존 회사 이름은 ㈜동양산업으로 바꿨고, 2011년 부산 영도구에 ㈜동서산업도 세웠다. 현재는 두 업체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현 이사장은 사업이 자리를 잡게 되자 젊은 시절 자신과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돕고 싶어졌다.

현 이사장은 “사회에서 돈을 벌었기 때문에 다시 환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어떤 방법으로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 김해장학회와 인연을 맺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2000년 민간 조직인 김해장학회의 이사를 맡았다. 1992년 출범한 김해장학회는 2016년 김해시인재육성장학재단으로 이름을 변경하고, 2019년 김해상공회의소 일념장학재단을 흡수했다. 이어 2021년 김해시 출연기관으로 바꿔 출범하면서 현재의 김해미래인재장학재단이 됐다.

장학재단은 지금의 이름을 달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2020년 현 이사장이 처음 김해미래인재장학재단 이사장을 맡았을 땐 재단 자산이 90억 원 정도였으나 현재는 146억 원으로 불었다. 매년 4~5억 원 지급하던 장학금도 배로 늘어 10억 원가량에 이른다.

현 이사장은 “장학재단을 맡은 후 나의 가장 큰 관심사는 기부 문화 확산이다. 더 많은 자원을 끌어들여 더 많은 사람을 돕는 것이 내 역할”이라며 “소위 말하는 성공한 사람들이 기부 행위에 동참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방법을 다양하게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해시청 1층 카페에 기부자의 명패를 다는 ‘명예의 전당’을 마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며 “올 연말에는 홍보 책자 ‘아름다운 동행’ 창간호를 내고 매년 이를 발행할 계획이다. 장학사업과 장학생 소식, 기부자 소개 등을 담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현 이사장은 그동안 ‘장학생’이라는 개념에 대해서도 고민을 많이 했다. 요즘은 다양한 분야에서 뛰어난 기량을 뽐내는 사람들이 많은데 ‘공부를 잘하는 학생’에 국한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에서다. 또한 장학생은 무엇보다 ‘그 무엇이 절실한 사람’이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 이사장은 “성적뿐만 아니라 개인 특기에 맞춰 실제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혜택이 돌아가길 바란다. 예체능 꿈나무 장학금을 만든 이유”라며 “또한 김해 출신 유학생이 도움이 다급하다고 연락해 와 장학금을 전달한 사례도 있다. 시민들에게 울림을 주고 싶었다”고 전했다.

특히 지난해 재단 장학금 500만 원을 받은 복싱선수 서민재 씨는 올해 첫 월급을 받은 후 1000만 원을 기부하며 기부의 선순환을 실천해 시민들에게 훈훈함을 안기기도 했다.

재단은 현재 성적우수 장학금은 물론 지역대학입학, 예체능꿈나무, 다자녀가정, 공익인재, 기업체 근로자 자녀, 성적향상, 김해시의사회 지정기탁 장학금 사업 등을 운영 중이다. 내년에는 지역 청년들이 지역에 머무를 수 있도록 지역전략산업 인재양성 장학금도 신설한다.

지역전략산업 인재양성 장학금은 김해시 5대 전략산업인 의생명, 디지털물류, 스마트센서, 미래자동차, 지능형로봇과 관련한 김해지역 대학 학과 학생에게 지급될 예정이다.

현 이사장은 “70대 중반을 넘기면서 사회 환원에 대한 마음이 더욱 커졌다. 장학재단 확장에 대한 역할을 늘 고민한다”면서 “임기가 1년 조금 더 남았는데 그동안 재단 자산을 200억 원으로 늘리고 싶은 욕심이 있다. 다음 이사장에게도 모범이 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현 이사장은 지금까지 김해미래인재장학재단에 장학금 3억 5000만 원을 기탁했다. 이외에도 상동면장학회 1억 원, 경남 사회복지공동모금회 4000만 원, 동광육아원·김해글로벌 청소년센터 등에 기부활동을 이어왔다. 지난 5월에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김해시문화상을 받았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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