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오페라 극장서 ‘패션 시상식’ 열리는 밀라노 [로컬이 미래다]
도시 상징 패션 산업과 손잡아
지역사회 기여하는 역할 최선
부산도 지역 협업 ‘가치 공유’를
세계적 명성을 자랑하는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은 도시 기반 산업인 패션 분야와 꾸준히 협업해 왔다. 오페라와 발레 공연뿐 아니라 도시의 상징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 주요 패션 행사 등에도 극장을 개방한다.
지난 9월 24일 오후 7시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앞. 형형색색 드레스와 검은 수트를 차려입은 이들이 하나둘 모였다. 그들은 광장에 서서 삼삼오오 대화를 나눴고, 샴페인을 마시거나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극장 옆쪽에 깔린 레드카펫에는 카메라 셔터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도나텔라 베르사체, 피에르파올로 피치올리 등 이탈리아 대표 디자이너와 코코 로샤, 키아라 페라그니 등 유명 모델이 등장했다. 줄리언 무어, 제시카 차스테인 등 세계적 배우도 레드카펫에 섰다. 광장을 메운 관계자들은 어둠이 짙게 깔리자 극장 안으로 입장했다.
극장에선 이탈리아국립패션협회(CNMI)가 주최하는 ‘지속 가능한 패션 어워드 2023’ 시상식이 열렸다. 환경과 사회적 측면에서 패션 산업이 더욱 지속 가능하고 윤리적일 수 있게 기여한 전 세계 디자이너, 브랜드에 주는 상이다. 2023 밀라노 패션 위크 6일 차 주요 행사였다.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이 패션계와 손을 잡은 건 도시에 기여하는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다. 스칼라 극장 파올로 베사나 홍보국장은 “밀라노 중심에 있는 스칼라 극장은 정치, 사회, 역사적으로 상징적 역할을 해왔다”며 “2차 세계대전 때 건물이 부분적으로 파괴됐는데 밀라노 시장이 가장 먼저 재건축 건물로 지정할 만큼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그는 “밀라노 기반 사업인 패션과는 오래전부터 관계를 유지해 왔다”며 “밀라노 패션 브랜드뿐 아니라 디자인 위크 주요 행사도 스칼라 극장에서 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CNMI 시상식은 패션계와 단순한 협업을 넘어 같은 가치를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스칼라 극장 도미니크 마이어 CEO 겸 예술감독은 “2017년부터 CNMI와 ‘지속 가능성’ 같은 주제를 두고 협력해 왔다”며 “스칼라 극장은 스탕달 시대부터 밀라노 사람들 삶의 방식을 반영했다”고 밝혔다. 그는 “12월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리는 두바이에도 오케스트라를 파견할 예정”이라며 “하나가 된 예술계와 패션계가 각자 분야에서 효과적으로 활동하며 관련 인식을 제고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했다.
2026년 완공 예정인 부산 오페라하우스도 스칼라 극장처럼 도시를 대표하는 공간이 될 잠재력이 충분하다. 지역 사회·산업과 협업하고, 가치를 공유할 방안을 찾는다면 도시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밀라노(이탈리아)/글·사진=이우영 기자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