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톡톡] 특수학교 입학 별 따기 교육의 장 확대됐으면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최이송 부산교사노조 특수부위원장
부산 남부특수교육지원센터 교사

나는 특수교사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장애, 영유아를 교육하는 유아 특수교사다.

고등학생 때 친척들과 여행을 갔다. 유난히 키티 캐릭터를 좋아하던 사촌 동생은 말을 전혀 하지 못했다. 짜증을 내는 사촌 동생에게 ‘키티를 그려서 줄까?’하고 형태와 이목구비만 비슷한 키티를 그려 주자 바로 종이를 구겨버렸다. 조금 더 정성을 쏟은 두 번째 키티는 슬쩍 바라보더니 종이를 재차 구겨버렸고 짜증 섞인 고성은 계속 이어졌다. 혼신의 힘을 다하여 그린 마지막 키티에 사촌동생은 연신 뽀뽀를 하고 더없이 행복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직도 그날 느꼈던 기쁨의 감정을 기억하고 있다. 그 여행에서 나는 특수교사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말로 하지 않아도 공감하고 교류할 수 있다는 것을 경험한 나는 유아특수교육과에 진학했다. 11년 동안 현장에서 근무하면서 밥을 먹지 않던 아이가 처음으로 급식을 처음 먹던 날, 내내 서 있던 아이가 처음으로 의자에 앉던 날, ‘주세요’를 처음으로 말한 날 등 아이의 ‘처음’과 ‘첫 시작’을 함께 할 수 있다는 것에서 가장 큰 기쁨과 보람을 얻고 있다.

물론 아이의 말만 듣고 따져 물으며 항의하는 학부모,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 손과 발이 되어 주며 소모되는 체력,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읽어 내려 애쓰는 일, 돌발 행동이나 공격 행동을 보이는 아이들의 곁에서 항상 긴장하며 유치원 일과를 보내는 일, ‘우리 아이와는 같은 반 피해주세요.’와 같은 차별의 시선에 맞서는 일은 여전히 힘들다.

하지만 내가 가장 힘든 것은 교육기관이 부족해 특수 학급, 특수 학교에 입학하지 못하는 아이들의 현실이다. 점점 더 특수 학교에 입학하기는 힘들어지고 학부모들은 아이가 할 수 없는 일과 도움이 필요한 정도를 나열하며 우리 아이의 장애가 더 중증임을 증명해야 한다.

특수학급 역시 빈 교실이 있고 신·증설이 필요함에도 이를 거부하는 관리자들과 ‘일반 학생들의 학급도 부족하니 특수 학급은 만들기가 어렵다’는 학교의 입장이라는 현실에 부딪힌다.

지금처럼 운이 좋아서 특수 교육을 받아서는 안된다. 필요하다고 진단된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특수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적극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특수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특수학교 신·증설이 더 이상 후순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