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스라엘 가자 재점령 안 돼” 쐐기… 네타냐후 “우리가 통제”

김형 기자 moo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백악관, ‘가자 4원칙’ 공식화
팔레스타인이 통치하길 희망
이, 미 방침 수용 가능성 낮아
국제사회 고립 역풍 맞을 수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12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위 사진). 가자지구 최대 의료기관인 알-시파 병원에 전력 공급이 중단된 가운데 이날 인큐베이터에서 나온 신생아들이 침대에 누워 있다. 하마스 측 보건부는 현재까지 미숙아 6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로이터·AFP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교전이 계속되는 가운데 12일(현지 시간) 가자지구 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의 폭격으로 연기가 솟아오르고 있다(위 사진). 가자지구 최대 의료기관인 알-시파 병원에 전력 공급이 중단된 가운데 이날 인큐베이터에서 나온 신생아들이 침대에 누워 있다. 하마스 측 보건부는 현재까지 미숙아 6명이 숨졌다고 밝혔다. 로이터·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미래 구상을 둘러싼 미국과 이스라엘의 파열음이 계속되고 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불가를 골자로 한 이른바 ‘가자 4원칙’을 선언, 이스라엘이 넘어선 안 될 ‘레드라인’을 명확히 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탸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미국이 원하는대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에 가자지구의 통치권을 넘길 수는 없다며 마이웨이를 고수했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12일(현지 시간) 방영된 CBS 방송의 ‘페이스더네이션’ 인터뷰에서 팔레스타인의 미래상과 관련한 미 정부의 기본원칙을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 불가 △팔레스타인인의 강제 이주(가자지구 주민의 가자지구 외부로의 이주 등) 불가 △미래 테러 세력의 근거지로 가자지구 활용 불가 △가자의 영역 축소 불가 등 4가지다.

특히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서안(요르단강 서안)과 가자가 팔레스타인인의 리더십하에서 다시 연결되고 통일되는 것을 보길 원한다”며 현재 요르단강 서안을 통치 중인 PA가 두 영토를 모두 통치하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시사했다.

이러한 4개 원칙은 네타냐후 총리에 대한 견제 메시지로 보인다.

네타냐후 총리는 PA에 가자지구 통제권을 넘길 수 없다며 전쟁이 끝난 이후에도 이 지역에 군을 주둔시킬 가능성을 언급하고 있다.

실제, 그는 지난 11일 연설에서 PA가 가자지구를 넘겨받으면 “당국이 아이들에게 이스라엘을 혐오하고 죽이도록 교육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어떤 경우라도 우리는 그곳의 안보 통제권을 포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네타냐후 총리는 또 12일 NBC와 CNN 등 미국 방송들과 진행한 인터뷰에서도 “PA가 가자지구의 비무장화와 급진주의 포기란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실패했다”면서 전후 가자지구는 다른 당국에 의해 통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장 PA는 지난달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1400여 명의 민간인과 군인, 외국인을 살해한 사건조차 규탄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이 네타냐후 총리의 지적이다. 이처럼 이스라엘 정부는 당장 팔레스타인 측이 가자지구를 통치하게 한다면 하마스와 같은 극단주의 무장세력이 머지않아 다시 득세해 이번과 같은 사태가 재발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인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점령한다면 이곳에 다시 유대인 정착촌을 세우고 팔레스타인계 주민을 몰아내는 인종청소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된다. 그동안 네타냐후 정권의 한 축이 돼 온 강경 극우 세력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가자지구에서 추방해야 한다는 주장을 계속 내놨고 이스라엘 정부도 최근에는 이집트 시나이 반도 난민촌에 피란민 수십만 명을 임시 수용하는 방안을 여러 국가에 비공개로 제안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미국의 견제에도 네타냐후 총리는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그은 레드라인을 순순히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내년 11월 미국 차기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CNN 등이 진행한 가상대결에서 공화당 대선후보로 유력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밀리는 양상을 보여왔다. 네타냐후 총리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트럼프 승리’에 베팅한 채 마이웨이를 고수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가 이달 초 미 정부 당국자들을 인용,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 이스라엘을 방문했을 당시 네타냐후 총리에게 후임 문제를 거론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네타냐후 총리를 더욱 자극했을 수 있는 대목인 셈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계속 미국과 엇박자를 내며 국제사회 반대를 무릅쓰고 가자지구에 대한 전후 통제권을 고수할 경우 역풍에 직면, 중동 정세가 더욱 요동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