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상공계 “에어부산 우리가 인수하겠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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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부산 ‘산파’ 역할 신정택 회장
산업은행에 분리 매각 공개 요구
“2대 주주 동일 김종각 회장 설득
아시아나 지분 2000억 매수 계획”

에어부산 항공기. 연합뉴스 에어부산 항공기. 연합뉴스

부산 상공계가 공개적으로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요구하고 나섰다.

2007년 에어부산 탄생의 산파 노릇을 한 세운철강 신정택 회장은 13일 지역 대주주를 대표해 “(주)동일의 김종각 회장을 설득했다. 동일을 중심으로 대주주단이 자금을 마련해 에어부산을 인수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의 이번 발언은 통합 저비용항공사(LCC)의 부산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시점에 처음 지역에서 에어부산의 독자 생존과 인수에 관한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이어서 주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대응이 주목된다.

신 회장은 이날 “부산에 지역 항공사가 있어야 신공항을 건설할 명분이 생긴다며 설립한 게 에어부산"이라며 "에어부산의 경쟁력이 약화되면 신공항의 존재 가치도 흔들리는 만큼 에어부산을 다시 부산의 품으로 찾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산 상공계의 이 같은 기조는 이달 초 가결된 아시아나의 화물사업 부문 매각 결정이 촉매가 됐다. 합병을 준비 중인 대한항공의 유럽연합(EU) 반독점 심사를 통과시키기 위해 아시아나는 이사회에서 화물사업 부문을 매각하기로 했다. 부산에서는 ‘계열사 분리가 가능하다면 아시아나의 자회사인 에어부산도 분리매각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급부상했다.


세운철강 신정택 회장 세운철강 신정택 회장

에어부산 지분 3.3%를 보유한 동일은 지역의 중견 건설업체이며 아시아나에 이어 에어부산 2대 주주다. 김종각 회장은 ‘부산상공회의소가 중심이 된 태스크포스에서 에어부산 인수에 동원해야 할 자금 액수와 방법 등을 결정해 준다면 따르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회장과 대주주단은 산업은행이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을 허용할 경우 아시아나의 지분을 ‘블록딜(주주 간 지분 대량 매매)' 방식으로 매입하겠다는 의향을 보였다. 2000억 원 안팎의 자금을 동원해 아시아나의 지분을 통째로 사들여 2대 주주인 동일을 최대 주주로 밀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이들은 나머지 지분에 대해서는 시민 공모도 검토하고 있다.

김해공항과 더불어 꾸준히 덩치를 키워 오던 에어부산은 산업은행의 채권단 관리 이후 LCC 시장에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이미 대구로 본사를 옮긴 티웨이항공에 시가총액을 추월당한 상태다.

지역 사회에서는 이미 3년 전부터 '부산시가 가능성이 희박한 통합 LCC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거점 항공사라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그러나 부산시는 코로나 시기 에어부산의 유상증자 요구 중 3차례 중 2차례에 참여했지만 지분이 4.82에서 2.91%로 낮아져 2대 주주의 지위도 상실했다.

신 회장을 비롯한 지역 대주주단은 “에어부산의 영업이익이 많아 아시아나 지분을 사들일 인수 자금과 추가로 투입될 운영 자금 동원에는 큰 어려움이 없지만 산업은행의 승인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어 법률적 검토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혔다.

현재 산업은행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의 인수합병이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분리매각은 언급할 사항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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