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파도 속에서 출렁거리며 가는 것”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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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부산일보 등단 하동현
바다 체험과 육지 삶 교차한
첫 소설집 ‘아디오스 땅고’ 출간


2016년 부산일보 해양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한 하동현(62) 소설가가 첫 소설집 <아디오스 땅고>(가을)를 냈다. 1984~1998년 원양어선 선장, 냉동운반선 운항 감독관 등으로 바닷일에 몸을 담갔던 그는 등단 이후 여러 문학상을 연거푸 받았다. 2018~2020년 3년간 총 5개 상을 휩쓸 정도로 그는 문학에 대한 숨 가쁜 갈망과 갈증을 드러냈다. 이번 소설집에 6편이 실렸는데 표제작을 빼고는 등단작과 수상작이다(장편 수상작은 소설집에서 빠졌다).

그는 해양소설의 맥을 잇는 소설가로 거명되고 있다. 등단작 중편 ‘무중항해’는 사건들이 끊임없이 불거지는 남대서양 오징어잡이 배의 만만찮은 항해를 다룬 작품이다. 그물에 러시아인 시체가 걸려 장사를 치러주거나, 추진기에 그물이 감겨 이틀간 파도에 농락당하며 표류하기도 하고, 항해 중 선원들 사이에서 칼부림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또 같은 어장에서 조업하던 배가 침몰해 선원들을 구조하는 긴박한 상황도 벌어진다. 노후 선박으로 회사에서 일부러 가라앉히려 했다는 의혹이 이는 경우다. 소설 시간 배경은 작가의 경험에 바탕을 둔 1990~1992년이다. 세계 2위 위상을 과시하던 한국 원양어업이 서서히 사양화 길로 접어들던 시기였다. 이 작품은 그 시기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아디오스 땅고>. 가을 제공 <아디오스 땅고>. 가을 제공

작품에는 ‘세일링’이란 노래가 흐르고, ‘안갯속 항해’는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삶의 은유다. 악천후로 뒤집듯 배를 흔들어대는 저기압과, 앞을 보이지 않게 하는 안개가 숨바꼭질하듯 번갈아 왔으며 ‘바다는 벌판에 버려진 듯 가진 것 없는 자들에게 희망의 공간이자 예측할 수 없는 무자비한 황무지가 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안개와 파도 속에서 어군을 찾아가는 길은 결국 자신을 찾아가는 길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작품 중에는 새로운 관점의 해양소설이 들어 있다. ‘헥토파스칼, 여수’는 특이하게 히말라야 네팔 출신의 이주노동자 관점을 취한다. 가난과 지진으로 부모를 잃은 그는 원양어선 승선 뒤 다시 여수 바다에 정착해 거친 사건과 이질적인 삶을 극복해 나간다. 작가 경험에 근거한 냉동운반선 감독관이 등장하는 ‘아디오스 땅고’도 아르헨티나 작은 항구의 이국적 정서가 짙게 묻어나는 특이한 작품이다.

그의 작품들은 바다에서의 삶은 파도 위를 떠다니는 삶이고 목적지가 언제나 바뀌는 삶이라는 걸 전하는데 결국 그것이 우리 삶의 깊은 국면과 통한다는 것이다. ‘우리 인생은 가늠할 수 없는 것들의 연속’이며 ‘삶은 견디는 것’이라는 것이다.

‘피안의 춤’ ‘넬라 판타지아’ ‘간절곶 등대에서 길을 묻는다’는 바다 체험과 육지의 삶을 교차시킨 작품들이다. 그는 “우리 인생은 파도 속에서 출렁거리며 가는 것”이라고 했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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