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정지의 힘/백무산(195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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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를 세우는 힘, 그 힘으로 기차는 달린다

시간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미래로 간다

무엇을 하지 않을 자유, 그로 인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안다

무엇이 되지 않을 자유, 그 힘으로 나는 내가 된다

세상을 멈추는 힘, 그 힘으로 우리는 달린다

정지에 이르렀을 때, 우리는 달리는 이유를 안다

씨앗처럼 정지하라, 꽃은 멈춤의 힘으로 피어난다

- 시집 〈이렇게 한심한 시절의 아침에〉(2020) 중에서


힘의 가치는 생명을 파괴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살리는 데에 있다. 그러려면 힘은 관계의 파괴에 능할 것이 아니라 대상과 자신의 균형을 맞춰 공존하게끔 만드는 데에 있어야 할 것이다. 직진과 돌파보다 원만과 조화로 만물을 기운생동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일 터이다.

이러한 힘은 일면적 인식을 벗어난다. ‘기차를 세우는 힘’으로 ‘기차는 달릴’ 수 있다고 했을 때 이는 인식의 전환, 즉 역설적 사유를 의미한다. 생각을 입체적으로 하고 시선을 전(全)방위에 둔다는 뜻이다. 그럴 때 ‘멈추는 힘’이 ‘달리는 힘’이 된다. 멈출 수 있는 힘이 곧 생성의 힘이라는 것이다. 노동자 시인 백무산은 이를 ‘씨앗’에서 발견하고 있다. 씨앗이 가진 정지의 힘은 확산의 힘으로 나타나는 줄기, 꽃, 열매 등의 한 세계를 창조한다. 그렇게 보면 부조리함을 정지시키고자 하는 민중의 힘이야말로 더 나은 세계를 건설하고자 하는 생성의 힘이다. 김경복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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