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전기차 시장 숨 고르기… 국내 업계는 공격적 투자
현대차 울산 전기차 공장 신설
2030년 글로벌 톱3 진입 목표
르노 부산공장 '폴스타 4' 생산
글로벌업체 전기차 투자 축소
정의선 회장 "수요 계속 늘 것"
‘위기가 곧 기회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수요 감소 등으로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현대차그룹과 르노코리아자동차(이하 르노코리아) 등은 오히려 국내 전기차 공장 신설과 새 모델 생산 등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들어갔다.
현대차는 지난 13일 울산 북구 울산공장 내 전기차(EV) 신공장 부지에서 연산 20만 대 규모의 울산 EV 전용공장 기공식을 열었다. 약 2조 원을 들여 2025년 완공, 2026년 1분기부터 양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대차가 미국 조지아에 조성 중인 연산 30만 대 규모의 전기차 공장도 내년에 양산에 들어간다. 기아도 2025년 경기도 화성 전용공장에서 전기차 생산을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전기차 글로벌 판매 톱3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룹의 2030년 전기차 생산량 목표치는 올해 목표치의 6배 이상인 현대차가 200만 대, 기아가 160만 대 수준이다.
르노코리아도 최근 볼보의 전기차 브랜드 폴스타와 2025년 하반기부터 부산공장에서 순수 전기차 ‘폴스타 4’를 생산키로 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폴스타 4는 북미와 국내 시장에 판매될 예정이다. 상황에 따라선 볼보 전기차도 부산공장에서 생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르노코리아는 내수와 수출 판매를 위한 하이엔드 중형·준대형 세그먼트 전기차 생산 준비를 지난해부터 집중적으로 진행해 오고 있다. 르노코리아는 이미 부산공장에 연간 20만 대 규모의 전기차 생산시설을 갖추기로 하고 현재 국내 배터리 3사와 전기차용 배터리 공급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르노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폴스타 전기차의 부산공장 위탁생산 계약도 연간 20만 대 전기차 생산 체제 구축 프로젝트의 일환”이라면서 “기존 라인에서 전기차 생산이 가능하지만 전기차는 무게가 내연기관에 비해 무거워 별도 설비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현대차그룹과 르노코리아의 행보는 최근 GM과 포드, 테슬라 등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들이 판매 감소와 경기 침체 등을 이유로 전기차 투자를 연기하거나 규모를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는 것 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GM은 지난해 중반부터 내년 중반까지 2년간 전기차 40만 대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폐기했고, 포드도 애초 계획한 전기차 투자액 중 120억 달러(약 16조 2600억 원)를 줄였다. SK온과 설립을 추진 중인 켄터키주 배터리 합작2공장 가동 계획도 2026년 이후로 연기했다.
이 같은 현대차그룹의 공격적인 투자 계획에 대해 정의선 회장은 13일 기공식에서 “기존에 해왔던 투자이고 코스트(비용) 절감이나 여러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큰 틀에서 어차피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전동화 분야 투자에)운영의 묘를 살려서 해볼 생각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결국 전동화 시대로 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현대차그룹은 중장기적으로 전기차 투자를 하면서 단기적 수요에 맞춰 투자 속도와 규모를 조정할 것”이라면서 “경쟁사들이 주춤하는 사이 생산 규모를 확충해서 시장 리더로 올라서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