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컬대학 후폭풍… 위기 사립대 ‘들러리’ 비판 고조
사정 나은 국립대 위주로 선정
지원 절실한 대학 오히려 배제
통폐합 등 평가 기준도 치우쳐
사립대, 2차 기대 속 우려 교차
지난 13일 정부가 5년간 1000억 원을 대학에 지원하는 글로컬대학 첫 선정 대상 10곳을 발표했지만 대학가에 후폭풍이 거세다. 상대적으로 사정이 나은 국립대가 글로컬대학에 대거 선정되면서 ‘위기에 처한 지역 대학을 지원하겠다’는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13일 글로컬대학위원회가 발표한 글로컬대학 명단을 보면 국공립대는 △강원대·강릉원주대 △경상국립대 △부산대·부산교대 △순천대 △안동대·경북도립대 △전북대 △충북대·한국교통대 7곳이고 사립대는 울산대·포항공대·한림대 3곳이다. 예비지정됐던 순천향대, 연세대 미래캠퍼스, 인제대, 한동대, 전남대 등 5곳은 고배를 마셨는데 전남대를 제외하곤 모두 사립대다.
1차 예비지정 단계부터 이 같은 사립대 배제는 예견됐다. 지난 5월 글로컬대학 신청 결과 국·공립대는 37개교 중 26개교가 지원했고 사립대는 66개교 중 64개교가 지원했다. 국공립대 3분의 1 가량이 신청을 포기했지만 사립대는 거의 모든 학교가 지원했다. 그만큼 전국적으로 사립대가 글로컬대학에 사활을 걸어야할 만큼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는 방증이었다. 하지만 신청 대학 중 사립대 비중이 2배가량임에도 예비 지정 대학은 국립대 8곳 사립대 7곳이었다.
교육부가 13일 글로컬대학 발표 브리핑에서 “글로컬대학 혁신 계획서 등을 평가해 선정한 것이지 사립대, 국립대 안배나 배제는 없었다”고 밝혔지만, 결과적으로 사립대가 대거 글로컬대학 관문을 넘지 못하면서 애초부터 국립대 위주의 지원 정책 아니었냐는 비판이 나온다. 교육부가 글로컬대학 예시로 든 대학 간 통폐합이나 지자체, 지역 산업계와 협력 모델 구축이 사립대의 구조적 여건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부산에서 일종의 교육부 모법답안이었던 사립대 간 통폐합 모델을 제시한 건 같은 동서학원 재단인 경남정보대와 동서대가 유일했다. 또한 부산 지역의 경우 13개 사립 대학이 글로컬대학을 신청했는데 부산시와 첫 계획단계부터 지산학 연계 모델 구축을 실무적으로 논의한 곳은 없었다.
부산의 한 사립대학 총장은 “글로컬대학 예시로 대학 통폐합이 나와서 여러 사립대에 접촉해 통합 논의를 해보려 했으나 현실적으로 재단 소유 문제 등으로 불가능했다”며 “지역 대학 살리기가 지역 국립대 살리기로 끝나는 것은 아닌가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내년 1월 글로컬대학 2차 모집을 두고도 부산 지역 국립대들은 2차 모집에 기대감을 표시하지만 일부 사립대는 글로컬 사업 선정은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낙담하는 모습마저 감지된다. 정부는 1월 내년도 글로컬대학 10개 대학 선정 작업에 착수한다.
국립대는 기존 지역 사회와 구축해온 지산학 협력 사업에 혁신이 더해진다면 2차 모집에서 선전이 가능할 것으로 분석한다. 하지만 일부 사립대의 경우 내부적인 학과 통폐합과 같은 기존에 논의됐던 혁신안 이외에 재정 여건상 뾰족한 혁신안이 마땅치 않아 전전긍긍하는 분위기다.
한 지역 국립대 총장은 “글로컬대학 선정 대학들의 혁신안을 보면 결국 지역과 상생 방안, 지역 특성화 방안을 얼마나 현실성 있게 그려냈는지 여부가 성패를 갈랐다고 자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며 “2차 선정에도 국립대가 가진 기존의 인적, 물적 역량을 바탕으로 지역과 협업하는 모델이 가산점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부산지역 한 사립대 기획처장은 “이번에 선정된 3곳 사립대는 지역에 몇 없는 대학, 지역 산업과 연계가 강한 대학, 대기업이 재단인 학교들인 공통점이 있다”며 “첫 글로컬대학 모집 때는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분위기 속에 혁신안을 대학 내에서 모으고 준비했지만 국립대 위주의 선정 결과를 본 구성원들이 올해처럼 뜻을 모을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