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과 나무 심고 쓰레기 줍는 우리는 ‘탄소중립마을’
2016년 도입돼 올해 13곳 운영
3년간 보조금·활동가 교육 지원
주민 주도로 자발적 참여가 핵심
졸업 후 ‘선도사업’ 꾸준한 곳도
이웃이 함께 모여 나무를 심고, 쓰레기를 줍고, 전등을 끄고 모여 음악을 듣는 주민공동체가 있다. 생활 속 탄소 중립을 함께 실천하는 ‘탄소중립마을’이다.
14일 부산시에 따르면, 부산에는 현재 13곳의 탄소중립마을이 운영 중이다. 탄소중립마을을 졸업한 후에도 생활 실천을 이어가는 선도마을도 5곳에 달한다. 탄소중립마을 사업은 마을 주민 모두가 생활 습관을 조금씩 개선해 온실가스를 감축하도록 유도하는 사업이다. 탄소중립마을로 선정되면 3년간 보조금과 마을활동가 지원을 받는다. 시는 2016년부터 올해까지 총 98곳(중복 포함)을 탄소중립 마을로 선정했다.
부산 동래구 안락동에 위치한 안락뜨란채 1단지 아파트는 올해로 탄소중립마을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이 아파트는 2021년 탄소중립마을로 지정됐다. 주민대표들과 간담회를 통해 아파트에 맞는 탄소중립마을 계획을 세우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환경 교육을 받으면서 방향성을 구축해 갔다. 이후 아파트 주민들은 함께 쓰레기를 줍고, 총 1100그루의 탄소흡수나무를 심고, 탄소중립 골든벨 등의 행사도 진행했다.
또 1년에 3번씩 아파트 전체를 소등하고, 함께 모여 음악을 듣는 ‘소등문화행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이 밖에도 폐식용유를 활용해 친환경 비누를 만들고, 공용시설의 조명을 LED 등으로 교체해 에너지 효율을 올리기도 했다.
그 결과 안락뜨란채 1단지 아파트는 눈에 띄는 성과를 거뒀다. 2021년 대비 2022년 에너지 사용량·음식물쓰레기량 등이 대폭 줄어든 것이다. 1년 사이 전기 사용량은 5만 2120kw 줄었고, 수도 사용량도 전년 대비 5562t 감축했다. 음식물 쓰레기도 4332kg 줄어들었고,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면서 재활용품 분리수거량도 8166kg 감축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탄소중립마을을 졸업한 후에도 탄소중립 생활 실천을 이어가는 선도 사업 공동체도 있다. 올해는 5곳이 선도 사업을 진행 중이다. 영도구 주민들로 구성된 환경 모임 ‘그린리더협의체 에코맘’은 2020년부터 탄소중립마을로 지정됐다.
이들은 해양환경지킴이 실천단을 꾸려 바다 쓰레기를 줍고, ‘제로웨이스트’를 실천하기 위해 물티슈 대신 손수건, 행주를 사용하고 업사이클링 제품 만들기도 함께하고 있다. 또 이들은 채팅방 등을 이용한 ‘챌린지’ 활동도 활발히 하고 있다. 냉장고 적정용량 유지, 잔반 남기지 않기, 만보기 사용과 도보 인증샷 등을 통해 생활 속 환경보호 실천과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그린리더협의체 에코맘 김정미 대표는 “젊은 층 중에는 ‘일회용품 마니아’였다가 탄소중립마을 활동을 하면서 생활 습관이 바뀐 분들이 많다”면서 “가족과 함께 탄소중립 생활을 하다 보니 아이들 교육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안락뜨란채 1단지 아파트와 그린리더협의체 에코맘은 지난달 26일 시가 진행한 ‘탄소중립 생활실천 그린액션 소문내기 경진대회’에서 각각 최우수상, 장려상을 받기도 했다. 부산시 탄소중립정책과 관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두 번째로 열린 경진대회였는데, 탄소중립마을의 생활 실천 수준과 참여도가 대단히 높았다”면서 “생활 속의 탄소중립실천 사례에 대해 널리 알려 많은 시민들이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는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