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반응’ 참다 못한 국힘 혁신위, “조기 해체” 벼랑 끝 전술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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험지 출마 등 버티기에 압박 수위 높여
일부 언론선 ‘불출마 리스트 작성’ 보도
당 내부선 “너무 앞서갔다” 불만도 제기
파국 피하려 지도부 특단 조치 할 수도

국민의힘 인요한(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혁신위원장이 14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을 찾아가 제단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인요한(앞줄 오른쪽에서 세 번째) 혁신위원장이 14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4·3평화공원을 찾아가 제단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친윤(친윤석열)계 일부 현역과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문제를 놓고 ‘강 대 강’의 힘 겨루기를 벌이는 양상이다. 혁신위 측은 자신들이 지목한 영남 중진과 지도부, 친윤 핵심들의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 권고가 수용되지 않는 듯하자 ‘혁신위 조기 해체’ 등을 거론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14일에는 ‘불출마 리스트를 공개’한다는 얘기마저 나왔다. 혁신위는 이런 내용이 일부 언론에 보도된 이후 “아직 논의된 바 없다”며 수습에 나섰지만, 당내에서는 의도적인 압박성 시위를 한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국민의힘이 13~14일 혁신위발 기사로 내내 들썩였다. 혁신위 대변인 역할을 맡은 김경진 혁신위원은 전날 일부 언론에 “내부적으로 혁신위원끼리 어느 정도 의견을 모은 것은, 우리 역할이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굳이 (12월 말까지인) 혁신위 임기를 다 채울 필요가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3호까지 나온 혁신위 권고안에 대한 당내 무반응이 계속되자 ‘조기 해산’을 거론하며 강수를 둔 셈이다.

인 위원장도 전날 JTBC 인터뷰에서 “의사는 강제로 약을 환자에 먹이지는 않지만, 생사가 갈릴 때는 강제로 약을 주입한다”며 “정말 안 되겠다 싶으면 이제 특단(대책)이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당 안팎의 파장이 이어지자 혁신위 측은 이날 “혁신위 초기에 그런 얘기가 오간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현 시점에서 조기 종료하자는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된 바도 없었고 그와 관련된 합의도 없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에는 일부 언론에 혁신위가 친윤계 중진 의원 등 총선 불출마 및 험지 출마 권고 대상을 특정해 명단을 작성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혁신위 측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그런 논의도 없었고, 리스트도 존재하지 않음을 분명히 알린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인 위원장의 ‘특단의 대책’ 언급으로 이와 관련한 추측이 가라앉지 않는 모습이다.

혁신위로서는 전권을 부여한 당 지도부가 혁신안에 미적지근한 반응을 보이자 일종의 배수진을 친 셈이지만, 당내에서는 혁신위가 초기 성과에 집착해 너무 성급하게 움직인다는 불만도 적지 않다. 당 관계자는 “핵심 인사들의 불출마·험지 출마는 쇄신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최후의 카드인데, 이걸 조기에 소진하는 건 좋지 않은 전략”이라고 말했다.

PK(부산·울산·경남)에서는 혁신위가 ‘영남=텃밭’이라는 단순한 시각으로 지역 사정을 고려치 않은 투박한 혁신안을 밀어붙인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지역 한 중진 의원은 “사실 현재 상황에서 ‘낙동강 벨트’ 지역 상당수는 더불어민주당에 헌납해야 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면서 “박빙 지역인 PK에서 현재보다 의석수를 다수 잃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기현 대표도 이날 경북 구미에서 열린 ‘박정희 대통령 탄신 106돌 기념식’에서 기자들을 만나 “일부 혁신위원의 급발진으로 당의 리더십을 흔들거나 당의 기강을 흐트러뜨리는 것은 하지 않아야 한다”며 “좀 더 권한과 책임 사이의 균형을 잘 유지하는 정제된 언행을 했으면 한다”고 혁신위 측의 공개 압박 행태에 불만을 표출했다.

그러나 여론 지형에서 절대 우위인 혁신위가 배수진을 치고 나선 상황에서 당 지도부가 마냥 혁신안 수용을 미루고, 혁신위가 조기 해산을 결행할 경우 파국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당 지도부가 모종의 조치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인 위원장은 이날 오전 제주 4·3평화공원 참배 후 만난 기자들이 ‘희생 대상으로 언급한 중진들로부터 응답이 없다’고 묻자 “시간을 좀 주면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며 “100% 확신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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