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과 지역은 ‘공생’… 정부가 끌고, 정치가 밀어야 발전” [유럽 대학도시서 배운다]
베른하르트 아이텔 하이델베르크대 총장
지역 대학은 수도권 일극주의 대항 무기
인재 모이니 도시 바뀌어… 재정 지원 중요
베른하르트 아이텔(사진) 하이델베르크대 총장은 비수도권 대학과 해당 지역은 ‘공생관계’에 있다고 강조했다. 하이델베르크대와 하이델베르크시처럼 대학의 성장이 곧 지역의 발전과 직결된다는 인식이다. 아이텔 총장은 〈부산일보〉 인터뷰에서 “지방 대학은 ‘지역의 발판’이자 수도권 일극주의에 대응할 무기”라고 짚었다.
그는 “하이델베르크는 과학 도시이자 연구·교육의 도시다. 도시와 대학은 독특한 공생관계에 있다”며 “대학은 환경을 형성하고 전 세계의 수준 높은 연구원과 창의적인 학생들을 끌어모아 지역을 바꾸는 플랫폼이 됐다”고 말했다. 아이텔 총장은 그간 하이델베르크시의 눈부신 발전에 하이델베르크대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고 목소리 높였다. 대학이 지역을 키우고 지역이 대학에 지원함으로써 ‘상생 관계’가 됐다는 것이다.
그는 특히 대학 발전을 위한 정부의 의지와 정치의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이텔 총장은 “대학은 자유와 학문적인 분위기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정부와 정치가들은 대학 발전을 위한 자본 지원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차원의 지원으로 대학이 성장하면, 하이델베르크대 사례처럼 지역이 수도권 못지않은 거점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며 “이는 곧 국가 발전을 위한 연구, 인재 양성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아이텔 총장은 지역 우수 대학은 대도시권 중심주의에 대항할 무기라고 강조했다. 실제 하이델베르크는 독일 국립 암연구소(DKFZ), 막스플랑크 핵물리학·약학 연구소 등 각 분야 국가 연구를 책임지는 ‘연구 메카’를 형성하고 있다. 이에 연구진과 교수·청년들이 몰리며 상권을 형성, 도시 발전으로 이어졌다.
아이텔 총장은 “우수한 대학이 인구가 밀집되는 수도권에 많이 있다면 이는 한 국가의 균형발전 차원에서도 좋지 않다”며 “하이델베르크대 같은 지역 명문 대학 역할이 그래서 중요하다. 긴 역사와 우수한 졸업생, 유능한 교수진과 연구진은 꾸준히 많은 인구를 지역으로 부르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텔 총장은 지역 대학 성장에 국가 지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꼽았다. 아이텔 총장은 “명문 대학은 역사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정부 재정 지원이 없다면 하이델베르크대도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라며 “대학 발전 자본의 초점은 정부이자 정치권이다. 대학을 기르고 지역을 키우겠다는 정부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장선에서 아이텔 총장은 한국과 같은 수도권 일극주의 타파를 위해 ‘우수한 연구개발 생태계’ 구축을 강조했다. 다시 말해 대학 차원의 교육·연구 특화단지인 셈이다. 그는 “지역 대학이 크기 위해선 클 수 있는 환경이 전제돼야 한다. 도시와 대학을 별개로 취급해선 안 된다”며 “학문의 장이자 도시와 함께 갈 수 있는 비수도권 대학을 만들기 위해선 지자체와 정부가 나서서 전폭적인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이델베르크(독일)=곽진석 기자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