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 수백억보다 750만 안전 먼저… 숙의 후 결정해야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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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신규 원전 건설 논란

고리원전 인근 발전 기금 1년 100억대
전기료 할인·한수원 채용 가산점 혜택
발전소 건설 땐 사업비 1.5% 특별지원도
고리원전 비상계획구역 내 인구 228만
사고 나면 부울경 지역 전체가 영향권
일부 주민 의견만으로 신설 경고 목소리

정부와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원전 인근 주민들에게 매년 1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2018년 당시 울산시 울주군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 모습. 부산일보DB 정부와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 등이 원전 인근 주민들에게 매년 100억 원이 넘는 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2018년 당시 울산시 울주군 신고리 5·6호기 건설현장 모습. 부산일보DB

부산 기장군 장안읍, 울산 울주군 서생면 등 원전 인근 지역 주민들이 신규 원전 유치를 희망하는 가장 큰 이유는 매년 수백억 원에 달하는 지원금이다. 정부와 한국수력원자력으로부터 매년 받는 대규모 지원에 더해 특별지원금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신규 원전 건설은 원전 인근 지역 주민뿐 아니라 부울경 시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만큼 숙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년에 100억 원… ‘황금알’ 낳는 원전

14일 한국수력원자력 고리원자력본부에 따르면 고리원전 인근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을 위해 사용되는 원전지원금은 매년 100억 원을 훌쩍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발전소 주변 5km 이내에 거주하는 주민을 위해 지자체에 발전 기금을 지원한다. 고리원전의 경우 기장군 일광읍, 장안읍 주민 9298명이 지원 대상이다. 사업자인 한수원도 기장군 주민의 복지를 위해 장학생 선발 사업, 지역 축제 지원 등 사업자 지원사업을 실시한다.

올해 기장군에 지원된 금액은 77억 5100만 원이다. 한수원 고리본부가 사용한 80억 2000만 원을 포함하면 올해에만 157억 원가량이 지원금으로 쓰였다. 2017년부터 올해까지 7년간 발전소 주변 주민을 위해 사용된 금액은 총 1082억 7300만 원으로 나타났다. 막대한 금액이 투입되는 지원사업에 더해 전기요금 할인, 경제적 파급효과, 한수원 채용 시 가산점 부여 등의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발전소 인근 지역 주민은 신규 발전소 유치에 눈독을 들인다.

발전소 건설 과정에서 실시되는 특별 지원사업도 신규 원전 건설을 원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신규 원전 건설이 진행되면 원전 건설비의 1.5% 수준으로 특별 지원사업이 진행된다. 2016년과 2019년에 각각 상업 운전에 돌입한 새울 원전 1·2호기 건설 당시 기장군에는 장안산업단지 조성, 장안산업단지 부지 매입 비용을 포함해 257억 9900만 원이 투입되는 특별 지원사업이 실시됐다. 서생면 종합운동장 조성 비용 등 울주군에 지원된 금액을 합하면 특별지원금은 1146억 원에 달한다.


■혜택은 주민 9298명에, 피해는 750만 명

원전 인근 주민들은 그동안 원전 인근 지역에 거주하면서 별다른 사고가 없었기 때문에 신규 원전을 유치하더라도 안전위협을 받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원전의 경우 한 번 사고가 발생하면 광범위한 지역에 악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어 소수의 의견만으로 유치 여부를 결정할 수 없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원전 등 원자력시설에서 방사능 누출사고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주민보호대책을 마련하도록 한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은 고리원전을 기준으로 반경 30km 이내를 기준으로 한다. 방사능 누출사고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방사선 비상계획구역에는 기장군을 포함해 금정·동래·해운대·수영·연제구 전체가 포함된다. 또 남구, 북구, 동구, 부산진구 일부 지역도 포함돼 해당 구역에 거주하는 인구만 228만 명 수준이다.

사실상 사고 영향권에 있는 부울경 주민 전체를 고려하면 서생면 주민, 장안읍 주민 등 원전 인근 일부 주민에 의해 750만 명에 달하는 시민이 영향을 받을 수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인근 주민의 찬성 의견만으로 섣불리 원전 유치를 결정해서는 안 된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부산환경운동연합 민은주 사무처장은 “당장 원전 지역은 지원금을 받아 이득처럼 보이지만 원전 사고의 위험 부담이나 실제 사고가 발생할 경우를 고려하면 오히려 지역을 위협하는 일”이라며 “단순히 인근 주민의 의견만 고려할 게 아니라 부산 시민 전체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부산에너지정의행동 강언주 활동가는 “원전 유치를 공론화하는 과정 자체가 원전을 짓고자 하는 쪽에게 면죄부를 줄 수 있다”며 “원전이 부산에 발을 디딜 틈이 없도록 다른 재생에너지로의 전환도 같이 논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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