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상공계 ‘에어부산 승부수’ 통할까
지역 의지 밝혀 분리매각 논의 ‘새 물꼬’
일각서 승인 전 자본규모 노출 등 우려
부산 거점 항공사인 에어부산의 2대 주주인 동일을 비롯한 부산 상공계가 에어부산 인수 의지를 밝히면서(부산일보 11월 14일 자 1면 보도) 산업은행을 상대로 분리매각 요구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부산상공회의소는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위한 태스크포스 출범을 앞두고 지역 기업에 유리한 전략 수립에 들어갔다.
산업은행이 부산의 요구를 받아들여 분리매각을 승인할 경우 기업 설명회를 통해 적격사업자를 모집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후 경쟁입찰 방식을 통해 가장 높은 인수가를 써낸 사업자가 우선협상자가 되는 것이 일반적인 기업 인수합병의 흐름이다.
산업은행은 현재까지도 에어부산의 분리매각에 부정적이다. 최근에도 더불어민주당 박재호(부산 남을) 의원실의 질의에 “현재 경쟁 당국의 심사 절차가 진행 중인 만큼 다른 대안을 모색하기보다는 본건 승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답했다. 아시아나 자회사의 분리매각은 합병이 결론나기 전에는 불가하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달 유럽연합(EU)의 반독점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아시아나 이사회가 화물사업 분야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대한항공의 합병을 돕기 위해 아시아나의 사업 부문을 팔 수 있다면 자회사인 에어부산도 분리매각을 못 할 이유가 없다는 명분이 생긴 셈이다.
에어부산 설립을 주도한 세운철강 신정택 회장이 지난 13일 “동일을 중심으로 지역 대주주단이 2000억 원의 자금을 마련해 에어부산을 인수하겠다”며 산업은행에 분리매각을 공식적으로 요청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부산 상공계에서는 일단 신 회장의 주장이 통합 저비용항공사(LCC) 부산 유치가 사실상 불가능해진 시점에 지역에서 처음 에어부산의 독자생존과 인수 등에 관한 공식 입장을 밝히며 분리매각의 불씨를 댕겼다는 평가를 내린다. 도돌이표 같던 분리매각 논의에 새로운 물꼬를 텄다는 것이다.
그간 막연하게 거론되던 전략적 투자자의 존재가 공개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분리매각을 원하는 주체가 확실해진 점도 하나의 소득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분리매각 승인이 나기도 전에 전략적 투자가의 존재와 인수자본 규모가 노출된 것에 우려도 나온다. 기업 인수합병 과정에서 사전에 패를 드러낸 쪽은 불리한 상황으로 내몰리는 게 다반사다.
특히 동일 측은 아시아나의 에어부산 지분을 시가총액 집계로 블록딜 매입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성사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는 적다. 아시아나 이사회에서도 에어부산을 개별협상 방식으로 택하는 부담을 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적자 투성이 회생기업이 아니라 1000억 원대의 영업이익이 예상되는 흑자기업을 개별협상으로 매각하게 되면 이사회가 배임 부담을 지지 않을 수 없는 까닭이다.
태스크포스를 꾸려나갈 부산상의는 어떤 형태의 분리매각이 동일 등 지역 기업의 인수에 유리할지를 놓고 향후 전략을 검토 중이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에어부산은 부산의 항공 자산이고 2029년 개항을 앞둔 가덕신공항의 위상을 결정할 조직”이라며 “지역 상공계의 인수 의사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긴밀히 협조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분리매각을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자 에어부산 주가는 이날 한때 장중 2950원을 찍은 뒤 전날보다 6.89% 오른 2870원으로 마감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