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위험한 축제는 존재 의미 없다
박용헌 부산문화관광축제조직위원회 사무처장
부산불꽃축제 18년간 큰 사고 없어
안전에 최선 조직위 직원 헌신 있어
위험하다고 소극적 대처 절대 안 돼
안전 기본 창의적 콘텐츠 선보여야
지상 최대의 축제 엑스포 맞이 기대
18번째 불꽃축제를 무사히 마쳤다. 부산불꽃축제는 운영 노하우가 잘 축적된 행사라 다른 지역 기획자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한다. 정말 부산불꽃축제는 18년간 큰 사고 없이 몇몇 작은 사건만 있었을 뿐이다. 1회 행사 때 어떤 고위직 인사가 귀갓길 도로에 갇혀 생리현상에 쩔쩔맸던 일, 비+바람+파도 3종 세트가 동시에 들이닥쳐 바지선이 해변으로 떠밀려 온 사건, 그로 인해 하루를 연기했던 사건 정도가 있었다. 취객과 자원봉사자가 멱살 잡고 싸우다가 축제가 시작되자 사이좋게 같이 불꽃을 보는 일이 있었다. 불꽃 소리에 놀라 사산한 강아지 값을 물어내라는 사건도 있었다. 축제의 연속성을 고민해야 할 정도의 큰 사고는 없었다. 그렇다고 매번 편하게 행사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단 한 번도 날씨 걱정을 하지 않은 해가 없었다.
올해는 10월 중순부터 청명한 가을 날씨가 그 어느 때보다 좋았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부산불꽃축제는 쉽게 가는 법이 없다. 불꽃축제 당일인 11월 4일, 그날만 비가 온다는 예보였다. 그것도 행사 취소를 검토해야 할 정도의 비바람이 온다는 예보다. 행사 7일 전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걱정하고 있을 때, 조직위 직원들은 태연하게 매뉴얼을 준비한다. 한두 번 겪는 일이 아닌 것이다. 실시간 기상정보를 바탕으로 행사 개최, 취소, 연기를 결정할 수 있는 논의 프로세스를 설계한다. 매일 회의가 진행된다. 올해는 행정안전부에서도 각별한 관심을 가지고 사무관, 차관, 장관에 이르기까지 광안리 현장을 방문했다. 사전 안전 점검 차원이었다. 우천과 강풍, 시민 안전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매일 회의실에 울려 퍼졌다. 지하철역 계단 미끄럼 방지 테이프까지 요구할 정도로 정부는 안전에 진심이었다. 우리는 정말 죽을 지경이었다. 통상 해왔던 다른 일을 내려놓아야 할 정도로 안전과 관련한 추가적 조치 상황이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많았다. 불꽃축제 당일이 되었을 때 우리는 종합상황실의 CCTV 모니터만 쳐다보며, 무전기 소리와 카톡방에 묻혀서 그날을 온전히 보냈다.
불꽃축제 준비가 한창일 때, 많은 언론사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온다. 예전에는 행사의 내용, 주제, 출연자 등 축제의 흥미 요소가 주로 거론되었다. 언젠가부터는 밀집, 사고, 안전, 화재, 분산과 같은 위험 요소를 중심으로 질문과 답이 오간다. 사회적 참사, 팬데믹을 지나오며 우리는 사회 구석구석에 있는 위험 요소를 기어이 찾아내어 그 불씨를 빨리 꺼야 한다고 외치는 사람들이 되었다. 이제 우리는 적어도 119 신고 정도는 하는 사람들이 되었다. 대규모 인파가 모이는 축제에 대한 걱정은 당연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코로나라는 터널을 지났고, 마스크를 벗고 모이기로 했으며, 함께 즐기기로 했다. 여러 사회적 참사를 돌아보며 규범과 절차를 강화하기로 했다. 더욱 강화된 규칙 안에서 조심스레 다시 축제를 해보기로 한 것이다. 이태원 참사 1주기에 우리는 불꽃축제를 준비했다. 수십만이 모이는 축제다. 위험해지도록 가만 놔두지 않는다. 정부, 경찰, 소방, 그리고 시민들이 매섭게 쳐다보고 있다. 이제 위험한 축제는 없다. 준비가 미흡해 취소된 축제가 있을 뿐이다. 축제에 있어서 안전은 선택이 아닌 기본이 되었다.
불꽃축제를 부산시 문화예술과에서 담당하던 때가 있었다. 민선 6기부터 축제의 관광 기능 강화를 목표로 불꽃축제, 바다축제, 록페스티벌 등이 담당 부서가 바뀌어 지금의 관광진흥과에서 담당을 하고 있다. 축제를 문화예술 콘텐츠로 바라보느냐, 관광요인으로 바라보느냐 하는 관점에 따른 배치일 것이다. 지금은 사회적 안전에 대한 욕구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기 때문에 축제를 위협요인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축제 담당 부서를 안전정책과로 바꿀 수는 없다. 축제는 우리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공동체 의식을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위험하다고 해서 소극적으로 하거나 미루거나 해서는 안 된다. 강화된 안전매뉴얼을 기본적으로 장착하고 창의적이고 매력적인 콘텐츠를 선보이면서 도시와 관광의 기능을 극대화해 나가야 한다. 안전한 축제에 대한 공동체의 반복적 경험이 축적되어 갈 때, 축제를 바라보는 걱정스러운 관점도 점차 회복될 것이다. 아니 필히 회복되어야 한다. 지상 최대의 축제인 부산월드엑스포가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