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블록체인 특구' 넘어 '블록체인 도시'로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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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열 경제부 금융·블록체인팀장

지난 9~10일 열린 제3회 BWB서
부산시, 블록체인 미래비전 제시
내년 디지털자산거래소 등 본격화
‘시민 일상 속의 블록체인’ 현실로

2019년 말 사회부 검찰·법원 담당을 마치고 해양수산 분야로 출입처(취재영역)를 옮긴 이래 내리 4년을 부산 경제와 관련된 기사를 썼다. 그 중 3년을 블록체인을 담당했다. 물론 블록체인만 담당한 것은 아니다. 금융, 기업 등 다른 담당 분야는 매년 바뀌었지만, 블록체인만은 변함 없이 3년간 기자의 담당이었다.

기자란 직업을 가진 이들은 대개 현재 자신이 맡고 있는 분야에 애착하기 마련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기자도 마찬가지다. 부산 블록체인 특구에 남다른 애정을 가졌다. 가상자산 시장이 뜨겁던 2021년 당시엔 금방이라도 부산에 디지털자산거래소가 생겨날 것 같은 자신감에 충만했다. 블록체인 산업의 가능성을 믿었고, 부산 블록체인 특구의 미래 또한 믿어 의심치 않았다.

기자의 확신이 맹신으로 변해갈 무렵, 가상자산 시장은 차갑게 식어갔다. 테라·루나 사태와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FTX의 파산은 가상자산 시장의 신뢰를 단번에 무너뜨렸다. 투자자들은 신뢰가 무너진 시장을 떠났다. 글로벌 거래소와의 협업을 통해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를 만들려던 부산시의 계획도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그렇게 ‘크립토 윈터’는 수 년간 이어졌다.


그러나 멎지 않는 비는 없고, 동트지 않는 밤은 없다. 최근 여기저기에서 크립토 윈터의 끝을 알리는 봄 소식이 들려온다. 비트코인의 가격은 올 들어 배 이상 상승했다. 미국에선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의 신청만으로, 보수적인 기관투자자들이 비트코인을 사모으고 있다는 뉴스도 나온다. 비트코인 ETF가 미국 증시에 출시될 경우 1년 동안 최소 200억 달러(약 27조 480억 원)가 유입될 것이라는 전망도 제시됐다. 내재가치 논란이 큰 기존 가상자산뿐 아니라 스테이블코인(법정통화에 연동되는 코인), 토큰증권 등 블록체인을 이용한 다양한 금융상품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무엇보다 반가운 소식은 몇 년 동안 답보 상태이던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가 최근 사업자 선정 절차에 돌입하며 내년 거래소 개장을 목표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는 점이다. 부산시와 BNK부산은행이 주도하는 통합 시민플랫폼 구축 사업 역시 현재 사업자 선정을 완료한 상태다. 내년 시민플랫폼이 구축되면 시민들은 동백전을 이용해 더 많은 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된다.

이를 바탕으로 블록체인 특구를 넘어 블록체인 도시로 나아갈 부산의 미래 청사진도 구체화됐다. 부산시는 지난 9~10일 열린 제3회 ‘블록체인 위크 인 부산(BWB)’에서 미래비전 ‘타깃 2026 블록체인 부산’을 소개했다. 이날 박형준 부산시장은 “2026년이 되면 부산은 △분산형 신원인증과 주민투표를 통해 시민의 의견이 시정에 직접 반영되고 △디지털자산거래소를 통해 모든 가치가 토큰화되어 거래되며 △블록체인 기반 지역화폐를 통해 효율화된 금융을 모두가 누릴 수 있는 도시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비전이 고무적인 것은 지금껏 개별 사업으로 진행되던 부산시의 블록체인 정책과 달리 여러 사업이 하나의 유기체로 통합되어 도시를 만들고 시민들이 일상생활에서 블록체인을 편리하게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점이다.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와 시민플랫폼도 블록체인 부산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하는 퍼즐의 일부다.

다만, 그렇다고 해서 또다시 장밋빛 미래를 맹신해선 안된다. 계속 의심하고 회의하고 수정하며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조만간 기자는 경제부에서 다른 부서로 이동할 듯하다. 앞으로는 지금만큼 경제 뉴스를 보지 않을지도 모른다. 앞으로는 지금만큼 주가창을 열지 않을 수도 있다. 금융당국의 정책 하나하나에 지금만큼 신경이 곤두서 있지도 않을 테다.

그러나 경제부에 속해있든 아니든, 기자의 경제활동이 여전히 계속되는 이상 기자 역시 경제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경제란 그런 것이다. 다들 어렵게 여기지만, 누구나 경제에 발목 잡혀 산다. 그런 만큼 정말 누구나 이해하기 쉬운 경제 기사를 쓰고 싶었다. 그러하지 못했다. 가장 아쉬운 점이다.

이제부터는 경제부 기자가 아니라 부산 경제에 발목 잡혀 사는 부산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부산 경제를 지켜보고 응원할 생각이다. 내년에는 부디 부산 디지털자산거래소가 문을 열길 바란다. 앞서 이달 말에 결정될 2030년 월드엑스포 개최지가 부산이 되길 바라마지 않는다. 부산 경제 화이팅이다. 힘내라~ 부산 경제.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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