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호승 시인 “인생은 사람의 마음속 사랑을 찾아가는 여행”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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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기 부산일보 CEO아카데미 24강
'내 인생의 소중한 가치' 주제 강연
“사랑은 용서할 줄 알아야 완성”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돈과 소유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삶에서 이보다 상위 개념이 존재하지 않을까요? 그것은 무엇일까요?”


지난 14일 제16기 부산일보CEO아카데미 24강이 열린 부산롯데호텔 3층 펄룸. 이날 정호승 시인이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가치-사랑과 고통의 본질을 찾아서’를 주제로 강연을 했다.

정 시인은 자신의 시 ‘여행’을 낭독하며 그 해법을 제시했다.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중략)/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사람의 마음의 설산뿐이다’.

“인생은 사람의 마음속 사랑을 찾는 여행과도 같은 것입니다. 단 한 사람(배우자)의 마음을 찾아가는 것이 가장 소중합니다. 물론 그 일은 히말라야 설산을 기어오르는 것처럼 힘들고 고통스럽습니다. 인간은 결국 돈의 힘이 아닌 사랑의 힘으로 살아가는 것입니다.”

정 시인은 이어 사랑의 가치를 역설한 많은 사람의 사례를 들었다. 프랑스 ‘빈민의 아버지’ 피에르 신부는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얼마간의 자유시간”이라고 정의했다.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TV에서 진정한 성공에 대한 대학생들의 질문에 “가까운 사람에게서 사랑 받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다”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정 시인은 “내가 부족하더라도 가족으로부터 사랑과 존중을 받는다면 내 존재는 성공에 가깝다”며 “인생에는 성공도 실패도 없고, 살아가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연 화두는 ‘사랑의 무엇으로 완성될까’로 넘어갔다. “사랑은 우선 모성으로 완성됩니다. 인간에게는 어머니의 희생적이고 무한하고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이 존재합니다. 여기에 용서를 더해야 합니다. 사랑은 용서로써 완성됩니다. 용서할 줄 알아야 사랑할 줄 압니다.”

인생이라는 강을 건너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용서라는 징검다리를 내디뎌야 한다는 것이다. 정 시인은 “수많은 사람이 과거라는 분노, 상처, 증오의 감옥에 갇혀 산다”며 “용서를 선택함으로써 과거를 해방시켜 현재의 삶을 치유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탕자의 귀향〉을 쓴 헨리 나우웬의 어록 ‘관계가 힘이 들 때 사랑을 선택하라’를 제시했다. 인간 관계의 속성은 좋을 때도 있지만, 좋지 않을 때가 많은데 그땐 미움과 증오 대신 사랑을 선택하라는 것이다.

이어 정 시인은 자신의 시 ‘풍경 달다’를 안치환이 노래로 녹음한 것을 들려줬다.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돌아오는 길에/그대 가슴의 처마 끝에/풍경을 달고 돌아왔다/먼 데서 바람 불어와/풍경소리 들리면/보고 싶은 내 마음이/찾아간 줄 알아라’. 운주사 부부와불의 모습에서 사랑의 영원성, 영속성, 모성의 본질적 가치를 느낀 정 시인은 산사로 돌아와 이 시를 단숨에 썼다고 한다.

그는 “사랑의 가치를 깨닫기 위해서는 고통의 가치를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사랑 없는 고통은 있어도 고통 없는 사랑은 없다’(김수환 추기경), ‘포도가 짓밟히지 않으면 포도주가 될 수 없다’ ‘모든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괴테) 등 명언을 들려줬다.

“누구나 자기만의 십자가를 지니고 있습니다. 십자가 크기는 다르지만, 그 무게는 똑같습니다. 삶의 형태는 다르지만, 고통의 무게는 다 같다는 말이죠. 나와 다른 사람을 비교하는 삶을 살지 말아야 합니다.”

정 시인은 “나의 인생에서 고통이 없었다면 시를 쓸 수 없었을 것”이라며 “처음엔 고통에 대해 원망하고 부정했지만, 이제는 감사하고 긍정하는 마음이 다소 생겼다”고 말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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