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제원 ‘험지 출마’ 최대 변수… 민주, 탈환 총력 태세[PK 총선 일타강의]
[PK 총선 일타강의] 25. 여 낙동강벨트 방어선 사상
수도권발 위기론 구원투수 지목
장, 당내 경쟁자 없는 ‘4선길’ 고비
‘문재인 지역구’ 상징성·가치 무게
민주 ‘세 확산 위한 최전선’ 사활
부산 총선에서 사상구가 갖는 전략적 의미는 심대하다. 서부산권 ‘낙동강 벨트’에 부산·울산·경남(PK) 기반을 둔 더불어민주당으로선 세 확산을 위한 최전선이고, 국민의힘으로선 보수 우위 구도를 유지하기 위해 절대 내어줄 수 없는 최후 방어선이다.
19대 총선을 기점으로 북·강서와 사하로 뻗어가던 야당의 거센 공세를 저지한 장제원 의원에게 사상은 아성과 같은 곳이다. 지난 대선에서 윤석열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 된 장 의원이 정치적 역량을 지역 발전에 쏟아부으면서 이런 구도는 한층 공고화하는 분위기였다. 그 사상이 요동치고 있다. ‘수도권 위기론’ 속 여당의 구원투수로 나선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험지 출마·불출마’ 타깃으로 장 의원을 지목하면서다.
지난달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이전까지만 해도 사상에 별다른 변수는 없어 보였다. 정권 실세로서 힘이 실리자 장 의원은 ‘사상 대변혁’을 기치로 자율형 중·고교 신설, 삼락생태공원의 국가정원 지정 등 지역의 묵은 과제들을 속속 관철시켰다. 장 의원의 기세가 강해지면서 지역 내 잠재적 경쟁자로 거론됐던 인사들도 2선으로 물러섰다. 공천은 떼어 놓은 당상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수도권발 총선 위기론은 이런 기류를 완전히 흔들어놨다. 장 의원은 최근 혁신위의 험지 출마 요구에 “알량한 정치인생 연장하면서 서울 가지 않겠다”고 반발했다. 장 의원의 지역에 대한 애착은 남다른 구석이 있다. 18대 총선에서 대를 이어 사상에서 초선이 된 장 의원은 이후 두 차례나 당 공천에서 배제됐다.
결국 20대 총선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박근혜 키즈’인 손수조 후보를 제치고 어렵사리 국회 재입성에 성공했다. 장 의원은 평소에도 “사상주민들이 만든 3선”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장 의원의 험지 출마 거부에 당내에서는 “내 지역구만 소중하다는 거냐”는 비판이 나왔지만, 지역 내 반응은 사뭇 달랐던 이유다.
부산 18개 선거구 중 여야 ‘박빙’ 지역에서 사상은 한발 벗어나 있지만, 사실 공업지역으로 타지역 인구 유입이 많은 사상은 전통적으로 야당세가 만만찮은 곳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이 오랫동안 터를 닦았고, 2012년 총선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원내 입성의 발판으로 삼은 곳도 사상이다.
현 지역위원장인 배재정 전 의원은 문 전 대통령이 직접 발탁했다. 21대 총선에서 배 전 의원은 46.5%를 득표하며 장 의원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문재인 지역구’라는 상징성에 낙동강 벨트 확장의 거점이라는 점에서 민주당은 사상 탈환에 전력을 기울일 태세다. 지역 내에서는 얼마 전 배 전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의혹이 불거지자 곧바로 후보 교체론이 거론되기도 했다. 사상의 전략적 가치를 크게 여긴다는 것이다.
지역 여권에서는 혁신위가 부산 상황에 대한 고려 없이 영남 중진, 그 중에서도 장 의원을 성급하게 겨냥했다는 불만이 감지된다. 대구·경북(TK)과 달리 PK는 지역 내에서도 ‘험지’가 많은데, ‘영남=텃밭’이라는 수도권 시각에 매몰돼 무딘 칼을 휘두른다는 것이다. 지역 여당의 입지가 흔들리면서 낙동강 벨트 지역의 판세가 야당 우위로 넘어가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인접 지역구인 북강서갑과 김해갑은 총선 5개월을 앞두고도 여당 후보가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PK의 한 여당 중진 의원은 “몇 달 전까지만 해도 낙동강 벨트의 민주당 현역 지역을 탈환할 기세였는데, 지금은 오히려 그 반대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했다. 반대로 민주당에서는 최근 실시한 자체 여론조사에서 낙동강 벨트는 물론 부산 원도심까지 박빙 우세로 바뀌었다는 말이 나온다.
부산의 한 여권 인사는 “사상이 흔들리면 부산 총선 위기론이 심화될 수밖에 없다”며 “혁신위 측이 지역 상황을 면밀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지역 민주당에서는 “장 의원이 빠지면 사상 선거가 쉬워질 것”이라는 시각과 “정권 실세인 장 의원이 버텨주면 오히려 ‘각’을 세우기 더 좋다”는 시각이 엇갈린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