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분 기준 ‘불투명’ 용처도 ‘제각각’… 지방 조세권 강화해야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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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소멸 대응 각종 기금 논란

부산, 최저 수준 재정자주도 불구
‘상생기금’ 배분금 전국 최저 수준
용도는 출산지원금 등 ‘제멋대로’
‘고향기부금’도 일부 모금액 비공개
수도권 재원·민간 출연 의존 한계
균형세 신설·지자체 증세 등 주문

지방소멸 대응과 지역 상생을 위해 운용되는 각종 정부 기금에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에서 열린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 연합뉴스 지방소멸 대응과 지역 상생을 위해 운용되는 각종 정부 기금에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27일 경북 안동시 경북도청에서 열린 제5회 중앙지방협력회의. 연합뉴스

정부가 지방소멸 대응, 지역 상생을 위해 운용하는 각종 기금의 실효성이 낮아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금 배분의 형평성 문제가 계속되고 배분 규모도 전국 각 지역으로 쪼개지다 보니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정부의 지방세 비율 조정, 지방정부의 지방세 탄력세율 인상 등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방재정을 지원하는 기금의 실효성 논란은 지방소멸대응기금 이외에 지역상생발전기금, 고향사랑기부금 등과 관련해서도 제기된다.

2010년부터 시행된 지역상생발전기금은 ‘지역 상생’을 위해 ‘수평적’ 상생을 강조했지만 지역 갈등을 키웠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역상생발전기금은 수도권 지자체가 지방소비세액의 일부(35%)를 비수도권 지자체에 배분하는 제도다. 중앙정부가 아니라 지자체가 재원을 만들어 다른 지자체에 주기 때문에 ‘수평적 지방재정조정제도’로 주목을 받았다.

정부 재정을 전문적으로 분석하는 시민단체 ‘나라살림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2010년 이후 수도권 지자체가 출연한 지역상생발전기금은 6조 28억 원에 달한다. 지역상생발전기금은 각 지자체의 ‘재정력 지수’ 등을 평가해 배분한다. 부산시는 2023년 169억 원을 배분받아 비수도권 지자체 중 제주도에 이어 두 번째로 배분금액이 적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부산시 재정자주도는 65.7%로 전국 최저다. 부산시 재정자주도는 매년 전국 최저 수준에 머물지만 지역상생발전기금 배분액은 비수도권 최저 수준이다.

정부가 ‘수평적’이라고 강조했던 지역상생발전기금은 지역 갈등의 원인도 되고 있다. 서울, 인천, 경기도처럼 기금을 내는 수도권 지자체는 배분 금액이 적다며 역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수도권에 집중되는 재정을 지방에 지원하기 위한 제도지만 수도권 지자체는 ‘상생’이 아니라 ‘희생’이라며 반발한다.


수도권의 반발은 기금 재원이 수도권 지자체로 귀속되는 지방소비세에서 마련되기 때문이다. 지방소비세는 국세인 부가가치세를 지역에 배분한 세금이다. 결국 국세가 수도권 지자체로 갔다가 다시 비수도권 지방으로 가는 셈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지방소비세 배분 기준을 바꿔 비수도권을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지역 간 갈등을 줄일 수 있다.

기금 제도 자체에 대한 문제도 제기된다, 나라살림연구소는 “기금은 특정한 목적을 위해 특정한 자금을 신축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을 때에 설치하는 자금인데 지역상생발전기금에서 배분하는 재원은 각 지자체에서 자주재원으로 쓰인다”고 지적했다.

지역상생발전기금의 용도는 출산지원금에서 도로 건설까지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다. 행정안전부가 국회에 제출한 2022년 지역상생발전기금 지출 내역을 살펴보면 부산시는 지난해 기금을 ‘도시 숲 조성’ ‘을숙도대교~장림고개 도로 건설’에 사용했다. 울산시는 출산지원금, 장애인 취업 지원 등에 썼다.

기존 기금이 제 역할을 못 하고 있지만 정부는 민간에까지 지방재정을 지원해 달라며 손을 내밀었다. 올해 시행에 들어간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의 ‘자발적 기부’를 통해 지자체 재정을 돕는 방식이다. 중앙정부 출연(지방소멸대응기금), 수도권 지자체 출연(지역상생발전기금)에 이어 민간 출연 방식의 지방재정 보조 사업까지 등장한 셈이다. 고향사랑기부금의 경우 상당수 지자체가 기부금 모금액을 공개하지 않는 등 벌써부터 ‘깜깜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금을 통한 지방재정 지원이 한계를 보이면서 정부가 지방 조세권을 강화하는 등 근본적인 정책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행정안전부에서 근무할 당시 지역상생발전기금을 직접 입안했던 변성완 전 부산시장 권한대행은 “세원의 수도권 집중 때문에 인위적인 배분 방식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지방교부세나 지방소비세 등 중앙정부가 배분하는 세금을 국세나 지방세가 아닌 ‘균형세’로 분류해 지방에 배분하는 데 대한 반발을 없애는 방식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부산대 강재호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정치인의 지방세 탄력세율 조정 등 조세자주권을 적극 행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앙정부 지원만 요구하지 말고 지자체가 자체적인 증세를 통해 재원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지금도 지방은 충분한 조세자주권을 갖고 있다”면서 “지방세 11개 세목 중 8개 세목에 대해 표준세율을 50% 조정할 수 있는 탄력세율을 인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지자체와 정치인이 지방세 인상을 주민에게 설득할 생각은 하지 않고 중앙정부에 가서 교부금, 보조금을 내놓으라는 말만 한다”고 비판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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