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에어부산 분리매각 “인정 불가”→ “논의 가능”
산은 회장 만난 부산시·상의
상공계 인수·분리매각 공식 요청
강석훈 “EU 심사 이후 논의를”
부산 상공계가 던진 승부수에 에어부산의 분리매각 논의가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당초 ‘분리매각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EU의 기업결합 심사 이후 그 결과에 따라 부산과 분리매각 논의를 시작해 볼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논의의 새 분수령은 심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1월 말이 될 전망이다.
15일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은 하루 전인 지난 14일 부산을 찾았다. 부산시와 부산상의는 각각 강 회장을 만나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대한 공식적인 요청을 전했고, 이 자리에서 강 회장도 산업은행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강 회장은 부산상의 장인화 회장과 오찬을 겸해 면담을 나눴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지역에서 주도해 온 장 회장은 강 회장과 여러 차례 자리를 가지면서 호형호제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가 됐다. 식사 자리에서 장 회장은 동일을 중심으로 부산 대주주가 컨소시엄을 구성해서라도 에어부산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장 회장은 “이야기를 들은 강 회장이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에어부산만 따로 떼어내서 매각하는 건 불가하고 어느 정도 결론이 내려져야 다음 수순으로 가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강 회장이 산업은행 본사 이전을 앞둔 부산시에 애정을 보여줬다”면서 “‘부산 시민의 요구를 이해하고 상황이 된다면 부산에 먼저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의 부산행 소식을 들은 부산시 이성권 경제부시장도 이날 오후 부산시청에서 별도 면담을 가졌다. 이 부시장은 “거대 항공사의 결합으로 부산의 거점 항공사가 존재감을 잃고 있는 상황을 부산은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도 강 회장은 EU의 기업결합 심사가 내년 1월 말 마무리되고, 결합이 불발될 경우 분리매각 논의를 시작해 보겠다는 뜻을 전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이달 초EU 집행위원회에 대한항공의 독과점 해소를 위한 보완책을 내놓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이 부시장은 “부산 시민이 만든 지역 항공사여서 에어부산에 대해 시민의 애착이 크다는 데 양 측이 서로 공감했다”면서 “내년 1월 기업결합이 무산될 경우 산업은행도 아시아나에 무한정 예산을 투입할 수 없으니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고 그 시기에 부산시의 컨소시엄과 소통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