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에어부산 분리매각 “인정 불가”→ “논의 가능”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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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회장 만난 부산시·상의
상공계 인수·분리매각 공식 요청
강석훈 “EU 심사 이후 논의를”

부산 상공계가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요구하고 나서 산업은행의 반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에어부산의 2030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홍보를 위한 래핑 항공기. 부산일보DB 부산 상공계가 에어부산 분리매각을 요구하고 나서 산업은행의 반응에 관심이 모아진다. 에어부산의 2030월드엑스포 부산 유치 홍보를 위한 래핑 항공기. 부산일보DB

부산 상공계가 던진 승부수에 에어부산의 분리매각 논의가 새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당초 ‘분리매각은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EU의 기업결합 심사 이후 그 결과에 따라 부산과 분리매각 논의를 시작해 볼 수 있다’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논의의 새 분수령은 심사가 마무리되는 내년 1월 말이 될 전망이다.

15일 부산시와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산업은행 강석훈 회장은 하루 전인 지난 14일 부산을 찾았다. 부산시와 부산상의는 각각 강 회장을 만나 에어부산 분리매각에 대한 공식적인 요청을 전했고, 이 자리에서 강 회장도 산업은행의 입장을 밝혔다.

이날 강 회장은 부산상의 장인화 회장과 오찬을 겸해 면담을 나눴다.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지역에서 주도해 온 장 회장은 강 회장과 여러 차례 자리를 가지면서 호형호제할 정도로 막역한 사이가 됐다. 식사 자리에서 장 회장은 동일을 중심으로 부산 대주주가 컨소시엄을 구성해서라도 에어부산을 인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장 회장은 “이야기를 들은 강 회장이 ‘합병 절차가 마무리되기 전에 에어부산만 따로 떼어내서 매각하는 건 불가하고 어느 정도 결론이 내려져야 다음 수순으로 가는 게 가능하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강 회장이 산업은행 본사 이전을 앞둔 부산시에 애정을 보여줬다”면서 “‘부산 시민의 요구를 이해하고 상황이 된다면 부산에 먼저 기회를 주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강 회장의 부산행 소식을 들은 부산시 이성권 경제부시장도 이날 오후 부산시청에서 별도 면담을 가졌다. 이 부시장은 “거대 항공사의 결합으로 부산의 거점 항공사가 존재감을 잃고 있는 상황을 부산은 용납할 수 없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도 강 회장은 EU의 기업결합 심사가 내년 1월 말 마무리되고, 결합이 불발될 경우 분리매각 논의를 시작해 보겠다는 뜻을 전했다. 앞서 대한항공은 이달 초EU 집행위원회에 대한항공의 독과점 해소를 위한 보완책을 내놓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이 부시장은 “부산 시민이 만든 지역 항공사여서 에어부산에 대해 시민의 애착이 크다는 데 양 측이 서로 공감했다”면서 “내년 1월 기업결합이 무산될 경우 산업은행도 아시아나에 무한정 예산을 투입할 수 없으니 구조조정을 해야 할 것이고 그 시기에 부산시의 컨소시엄과 소통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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