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건설 현장 여성 근로자 20명당 화장실 1개 이상 확보 [안전한 일터 우리가 만든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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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은 30명당 1개 이상 필수
정부 법 개정… 위반 땐 과태료
현장과 가깝게 설치해야 효과
샤워실·탈의실 등 개선은 부족

화장실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건설 현장 노동자를 위해 내년부터 화장실 설치 규정이 강화된다. 건설 현장 근로자 수에 맞춰 일정 개수의 화장실을 확보해야 하는 내용인데, 여전히 화장실 거리 기준과 다른 휴게 시설에 대한 제도 개선은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는 ‘건설근로자의 고용개선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 개정안을 지난달 31일 공포했다. 건설 현장의 화장실 설치 기준에 기존 시행 규칙에는 없던 ‘근로자 수 기준’을 추가한 것으로 내년 2월부터 효력이 발휘된다.

개정안에 따르면, 공사예정금액이 1억 원 이상인 건설 현장에서는 ‘남성 근로자 30명당 1개 이상’ ‘여성 근로자 20명당 1개 이상’의 화장실 변기를 구비해야 한다. 현재 건설 공사가 진행 중인 곳도 개정안 대상에 포함될 예정이다.

만약 기준에 따라 화장실을 설치하지 않은 경우 5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방침이다.

근로자 수에 따른 화장실 변기 수는 이미 여러 노동 선진국에서 시행 중인 규정이다. 영국은 건설 근로자가 100명 이하일 경우 25명당 1개의 변기를 설치해야 한다. 독일은 50~100명 작업 시 25명당 1개 등 화장실 설치 규정이 있다. 국제노동기구(ILO)에서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 20명당 화장실 1개 설치를 권고한다.

이번 개정안에 노동계 측도 반기는 입장이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은 “새로 마련된 규정에 따르면 남녀 구분된 변기 설치는 물론이고 평균 8개의 변기가 설치돼야 한다”며 “설치 기준이 새로 마련되면서 건설 현장의 편의 시설 개선에 있어 진일보한 측면이 크다”고 평가했다.

다만 노동자가 화장실 사용을 어렵게 만드는 다른 요인이 화장실 거리 기준과 다른 휴게 시설에 대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아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 시행 규칙에는 건설공사가 시행되는 현장으로부터 300m 이내 화장실 설치를 규정한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전재희 노동안전보건실장은 “건설 노동자가 화장실 못 가는 이유 중 하나가 화장실이 너무 멀어서다. 특히 고층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는 300m 떨어진 화장실을 가려면 20~30분이 필요하다”며 “거리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단순히 변기 개수가 증가한 것만으로 실효성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부산노동권익센터 박진현 연구원은 “여성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차원에서 탈의실, 샤워실에 대한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며 “현장 목소리를 반영한 구체적 대책이 꾸준히 나와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기획은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과 부산일보가 공동으로 마련했습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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