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일 지났는데… 영도구 등굣길 참사 현장 안전 대책 ‘감감’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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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동초등 학부모 구청 항의 방문
차량용 방호울타리 2%만 설치
구청 “시 예산 배정 기다리다 지연”

내년 상반기 중 교체 이어갈 듯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 등굣길에서 굴착기가 도로를 점용한 채 공사하는 모습. 청동초등 학부모회 제공 부산 영도구 청동초등 등굣길에서 굴착기가 도로를 점용한 채 공사하는 모습. 청동초등 학부모회 제공

부산 영도구 '등굣길 참사'가 발생한 지 200일이 지났지만 사고 직후 나온 대책 이행은 요원하다. 핵심 대책으로 꼽힌 방호울타리 교체와 화물 차량 통행 제한도 여전히 이뤄지지 않아 학부모들은 분통을 터뜨린다.


15일 청동초등학교 학부모회에 따르면 청동초등 학부모 10여 명은 지난 9일 영도구청을 방문해 청동초등 등굣길 안전 대책 이행이 늦어지는 것에 대해 항의했다. 방호울타리 교체부터 등교 시간 중 화물 차량 통제까지 어린이들을 보호할 핵심 대책이 사고 발생 200일이 지나도록 실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1.7t짜리 화물이 등교하던 고 황예서(10) 양을 덮친 참사 직후 기존 보행자용 방호울타리가 외부 충격에 무용지물이라는 지적(부산일보 5월 2일 자 3면 등 보도)이 제기되자 구청은 외부 충격에 강한 차량용 방호울타리 설치를 적극 검토했다. 구청은 지난달까지 청동초등 일원 1330m 구간에 차량용 방호울타리를 설치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차량용 방호울타리로 교체된 구간은 24m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전체 구간 1330m 중에서 2% 남짓에서만 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24m 구간은 지난 4월 화물이 황 양을 덮쳤던 지점인데, 이미 부서진 보행자용 방호울타리를 보수하면서 차량용 방호울타리로 교체한 데 불과했다.

등교 시간에 좁은 골목길을 다니는 화물 차량도 여전히 등굣길 안전을 위협한다. 청동초등 학부모회에 따르면 최근 등교 시간에 청동초등 등굣길에서 굴착기가 보행로를 점거하고 노후 하수시설을 정비했다. 공사 차량 때문에 등교하던 어린이들이 반대편 길을 이용하거나 차로로 내려가야 했다는 게 청동초등 학부모회 설명이다.

특히 해당 공사 차량이 구청에서 나온 것으로 밝혀지자 구청이 약속을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등굣길 안전을 위협한다고 이들은 분통을 터트렸다.

청동초등 학부모 송 모 씨는 “사고 대책 실천은 늦추면서 등교 시간에 공사를 하는 구청의 무성의한 태도에 화가 난다”고 말했다.

구청은 부산시의 방호울타리 설치 기준과 예산 배정을 기다리느라 교체가 늦어졌다고 해명했다. 시는 앞서 지난달 어린이보호구역 내 차량용 방호울타리 자체 설치 기준을 마련해 16개 구·군에 배포했다. 이와 더불어 통학로 개선 사업으로 예산 77억 원을 영도구청에 배정했다. 지난달 예산을 받았기 때문에 내년 상반기나 돼야 교체 사업이 이뤄질 수 있다는 게 구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구청은 등교 시간 중 화물 차량 통제는 통행 제한 표지판 설치 등과 관련해 경찰과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등교 시간 중 공사에 대해서는 현장 관계자에게 여러 차례 주의를 줘 등교 시간 중 공사를 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말했다.

구청 관계자는 “등교 시간 공사 건은 여러 차례 주의했으나 부서 간 소통이 잘되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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