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부산 이전 법 개정 결국 해 넘기나
21일 법안소위서도 안 다뤄질 듯
여야 정쟁으로 심의 번번이 실패
“750만 부울경 우롱” 심판론 고조
21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가 보름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의 핵심인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은 여전히 부지하세월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국회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산업은행법을 콕 짚어 조속한 처리를 당부했지만 해를 넘길 것이라는 우려만 커진다. 지역균형발전의 첫걸음인 산업은행 부산 이전이 여야의 정쟁 도구로 활용됐다는 비판이 분출한다.
15일 금융권과 정가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는 오는 21일 법안심사소위를 연다. 아직 안건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산업은행 본점 소재지 조항을 개정하는 법률안인 한국산업은행법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무위 관계자는 “산업은행법에 대한 여야의 이견은 상당하다”며 “현실적으로 해당 법안을 논의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는 앞서 지난 7월 4일에도 법안심사소위에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안건으로 올리긴 했지만 심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일각에선 여야가 깜짝 합의를 이뤄 산업은행법이 급물살을 탈 수 있다고 반박하지만 정치권과 정부 상황을 살펴보면 여의치 않아 보인다.
우선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출범한 혁신위원회를 둘러싸고 친윤(친윤석열), 비윤으로 나뉘어 내분이 극심한 상태다. 산업은행법 개정을 정기국회 최우선 과제로 선정했지만 내홍 소용돌이에 빠진 까닭에 이번 회기 내 처리를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처럼 산업은행법 개정을 약속했던 여당이 혼돈에 휩싸이자 그간 부정적 입장을 노골적으로 드러내 온 더불어민주당에선 반대 목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참여정부의 ‘균형발전’ 기조를 계승한 민주당의 김성주(전북 전주병) 의원은 지난달 산업은행 국정감사에서 “기업이 수도권에 집중되니 산업은행도 서울에 있어야 한다”는 식의 황당한 주장을 펼쳐 논란이 되기도 했다.
특히 여당과 함께 한목소리로 올해 안에 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관련한 행정 절차를 모두 마무리하겠다던 정부도 최근 후퇴한 입장을 보이는 상황이다. 앞서 지난 4월 “(부산 이전 계획안 승인을)목표대로 연내에 마치겠다”고 밝혔던 금융위원회 김주현 위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장에서 “산업은행법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말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750만 부울경 주민을 우롱했다는 강도 높은 지적이 쏟아진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가 불과 두 달도 남지 않은 지금의 상황을 보면 산업은행법 연내 처리는 공염불로 보인다”면서 “내년 4월 총선에서 유권자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