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체, 가격 인상 대신 품질 낮춘 ‘스킴플레이션’…주스 원액 줄이고 기름 교체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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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모습.(기사와 관련없음) 연합뉴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모습.(기사와 관련없음) 연합뉴스

식품업체들이 각종 가공식품을 판매하면서 직접적으로 가격은 올리는 대신, 제품의 품질을 떨어뜨리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 이를 이른바 스킴플레이션(skimpflation)으로 부르기도 한다. ‘지나치게 아끼다’라는 뜻의 스킴프(skimp)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다.

소비자들은 제품의 양이 줄어든 것도 알기 어려운데 제품의 품질이 낮아진 것은 더욱 알아차리기 힘들다.

16일 식음료 업계에 따르면 롯데칠성음료는 오렌지 주스 원액 가격이 오르자 델몬트 오렌지 주스의 과즙 함량을 낮춰 오렌지 100% 제품의 과즙 함량을 80%로 줄었다. 제품 하단에 ‘오렌지과즙으로 환원 기준 80%’라고 표시됐지만 오렌지 100%라는 문구가 먼저 나오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이를 알아차리기 힘들다.

또 델몬트 오렌지주스의 과즙 함량이 80%인 제품은 45%로 낮아졌다. 델몬트 포도 주스 역시 과즙 함량이 내려갔다.

‘100% 엑스트라 버진 올리브오일’을 사용한다고 내세우던 치킨 브랜드 BBQ는 지난달부터 튀김기름의 절반을 단가가 낮은 해바라기유로 교체했다. BBQ는 올리브유 가격이 급등해 올리브유 50%, 해바라기유 50%의 블렌딩 오일을 사용한다고 밝혔다.

BBQ 관계자는 “팜유를 썼다면 확실히 품질이 떨어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해바라기유도 좋은 기름"”이라고 말했다. 다만 BBQ는 이를 보도자료를 통해 밝혔다.

일부 식당들도 식당들도 식재료 가격이 뛰자 반찬 가짓수를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칼국숫집은 김치를 직접 담근다는 안내문을 아직 붙여놨지만 실제로는 김치 없이 콩나물무침과 단무지만 제공하고 있다. 이 식당 직원은 “김치 단가가 너무 비싸 콩나물무침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이같은 스킴플레이션은 외국에서도 문제가 되고 있다. 캐나다 언론에 따르면 퀘이커는 그라놀라 초코바의 코코아버터 코팅을 값싼 팜유로 대체했다.

영국 슈퍼마켓 체인 세인스베리는 올리브스프레드의 올리브오일 함량을 21%에서 10%로 낮췄다. 또 다른 슈퍼마켓인 모리슨은 과카몰리 제품의 아보카도 함량을 80%에서 77%로 조정했다.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이같은 품질 조정이 있다면 소비자들에게 (제품이나 서비스의 변경 내용을) 투명하게 잘 알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는 식품업체들이 제품의 양을 줄이는 방식으로 고물가에 대응하는데 대해 “식품업체들의 ‘꼼수가격 인상’은 정말 정직한 경영이 아니다”라며 “이 부분을 어떻게 할지 공정위와 함께 우리가 지금 들여다 보고 있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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