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소의 왕 ‘탄소’, 미래의 시한폭탄 될까?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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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해양·기후/현상민·강정원

탄소와 관련된 상황·현상 짚어
이산화탄소·메탄, 온실효과 관여
대량생산·소비 연결고리 끊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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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해양·기후>는 기후변화 등 인류의 위기를 만든 원소의 왕인 ‘탄소’를 중심에 두고, 그와 관련된 현상과 상황을 짚은 책이다. 지구 환경문제의 중심에 있는 탄소중립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지구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방안을 제시한다.

책 말미에 나오는 기후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6차 보고서 내용은 충격적이다. 2019년 기준으로 전 지구 이산화탄소 농도는 410ppm을 돌파했다. 2015년 ‘마의 벽’으로 불리는 400ppm을 넘어선 지 불과 4년 만이다. 매년 2ppm 넘게 상승했는데 과거 200만 년 동안 한 번도 없던 농도이다. 과거 80만 년 동안 빙하기와 간빙기 사이 수십만 년에 걸친 자연적인 변화와 비교할 때 1750년 이후 이산화탄소(47%)와 메탄(156%) 농도 증가량은 과거보다 훨씬 큰 수준이다. 지구 표면 온도는 적어도 과거 2000년을 50년 단위로 봤을 때 1970년 이후 가장 빠르게 증가했다. 가장 최근의 온난기인 6500년 전에 나타난 수백 년 동안의 온도보다도 최근 10년(2011~2020)의 온도가 더 높다는 결론이다.

2011년~2020년 연평균 북극 해빙 면적은 1850년 이후 최저 수준에 도달했다. 지구온난화 진행을 막기 위해서는 탄소중립과 온실가스의 넷제로 이상의 성과가 필요하다. 지구온난화 진행을 늦추거나 완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전 지구 규모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는 것이다.

책에서 주목할 부분은 온실가스의 핵심인 탄소가 기후변화나 온실효과를 넘어 인류사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다. 이제 탄소는 인류에게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문명의 발전을 이루는 원동력이 되었지만, 한편으론 미래의 시한폭탄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온실가스를 이루는 이산화탄소와 메탄, 화석연료는 화학적으로 말한다면 단순한 탄소화합물이다. 탄소는 현존하는 화학원소 118개(2019년 기준) 중 하나의 원소에 불과하지만, 인류에게 엄청난 영향을 주었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은 인공적으로 탄소 등을 합성해 화합물을 만들기 시작했다. 플라스틱이 대표적이다.

이산화탄소뿐만 아니라 메탄가스도 온실효과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메탄가스는 탄소와 수소가 결합한 화합물이며 가스이다. 가스 상태에서는 태워서 바로 에너지를 얻을 수 있지만, 지층 중에서는 온도와 압력 조건이 맞으면 얼음덩어리 형태로 존재한다. 메탄은 화석연소 사용으로 20% 남짓 나오고, 자연 습지에서도 25% 남짓 만들어진다. 습지에서 발생하는 메탄은 유기물의 분해 등에 의해 발생하므로 유기물의 분해가 왕성해지려면 온난하고 다습해야 한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하고 온난화가 진행되면 습지에서 분해가 왕성하게 진행될 수 있다. 습지에서 발생하는 메탄의 양은 대기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과 밀접하게 관련된다. 메탄은 자원임과 동시에 온실가스라는데 문제가 있다. ‘지층에 매장된 지뢰’이자 양날의 검인 셈이다. 과거 수십만 년간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와 메탄 농도가 거의 똑같은 형태로 변화했다고 한다.

해양대순환을 다룬 부분도 눈길을 끈다. 오대양을 쉬지 않고 순환하며 육대주의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해양대순환은 지구 기후의 조절자이다. 해양대순환은 해양퇴적물에 포함된 유기물을 공급해 생물 생산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대기-해양 간 이산화탄소 수지를 조절한다. 또한 해양 내부에서는 용승 등의 해양 현상으로 식물 생산을 활발하게 하여 대기의 탄소를 해양으로 흡수할 수 있도록 한다.

화석연료의 대대적인 감축과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여 탄소배출을 줄이는 것만으로 우리가 처한 기후재앙과 경제위기를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의 기후재앙은 긴긴 시간 동안 축적된 위기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탐욕,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습성화된 연결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에 달렸다. 현상민·강정원 지음/에이퍼브/332쪽/2만 30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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