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네 번째 사진전 정의화 전 국회의장 “사람들의 다양한 표정과 삶을 담고 싶었습니다”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의대 개인 졸업기념 사진전 모태
8년 만에 ‘삶·Life’ 주제로 초대전
“사진은 취미 넘어 사랑 그 자체”

“이번 초대전은 55년간 가까이해 온 사진 인생의 마무리 작업의 하나입니다. 특히 카메라 렌즈에 담긴 어린 아이들의 얼굴에서 6·25전쟁 당시 배고픔과 피폐한 시대 상황이 떠올라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오는 23일까지 부산 해운대구 K갤러리에서 ‘삶·Life’ 사진전을 여는 정의화 전 국회의장.

이번 사진전은 초대 사진전이다. 1972년 10월 대학 시절 졸업 기념 첫 개인 사진전, 2011년 두 번째 개인전 ‘사진 찍는 국회의원 이벤트’, 2015년 ‘정의화의 시선’ 사진전 이후 8년 만에 가지는 네 번째 전시회이다.

“인간에 대한 사랑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인간에 대한 연민은 늘 갖고 있었는데 특히 아이들의 순수하고 해맑은 표정과 주름 깊은 노인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이번 전시 작품 33점 중 90%가 ‘사람’이다. 에티오피아 아디스아바바의 기도하는 여인, 튀니지 튀니스의 할머니, 페루 여인, 탄자니아의 전통시장 좌판 여인, 우간다 소년, 배두인의 후예 등 10여 개국의 사람들이 작품 속에 등장한다. 사진 속 그들은 하나같이 있는 그대로 소탈한 모습을 지니고 있다.

또 미국의 광활한 공원에서 찍은 작품은 마치 외계 행성 같은 신비로운 풍경이다. 인간을 한없이 작게 만드는 자연의 위대함을 표현한 듯하다. 땅속에 숨겨진 신비로운 협곡 ‘엔텔로프 캐니언’과 헤라클라스의 두 다리처럼 강직한 모습의 ‘시그니처 아치’도 관람객들에게 눈길을 끌었다.

정 전 의장은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표정과 삶의 무게를 담고 싶었다”며 “대학 시절 사람의 표정을 많이 찍도록 가르쳐준 고 최민식 선생님의 영향을 크게 받은 것 같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특히 두 아이가 길가에서 쪼그려 앉아 밥을 먹는 풍경인 ‘형제… 우리의 모습’ 이란 작품에서 헐벗고 가난에 찌든 어린 시절이 떠올라 더욱 애잔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1967년 부산대 의대 입학 후 같은 의대생이었던 정헌화 친형의 권유로 사진예술연구회원이 됐고, 지도 교수로부터 사진 예술을 배웠다고 한다. 당시 학보사 사진기자와 1면 편집기자로 활동하며 전국 대학생 사진 촬영대회에서 특선과 준특선의 영예도 안았다는 것이다. 그 후 당시 내로라하던 사진작가들이 모임인 남광회 특별회원으로도 가입했다. 이를 계기로 최민식 작가의 강의를 듣고 공부하며 사진 예술의 기량을 높여나갔다고 한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각종 콘테스트 입상작들을 집에만 묻어두기 아쉬워 학창 시절의 추억을 담아 졸업 기념 사진전을 열게 된 것이다.

“대학 생활 6년을 마무리하며 연 사진전에 아버님의 의형제이자 당시 봉생신경외과의원의 김원묵 원장이 화환까지 보내주었는데 그것이 저의 인생에서 최초로 받은 화환이 됐습니다.”

이러한 사진에 대한 열정으로 김 원장의 딸인 지금의 아내를 만나 결혼까지 하는 좋은 인연이 됐다고 한다. 정 전 의장은 정치 입문 전부터 ‘사진에 대한 사랑’이 유별났다. 5선 국회의원을 하며 ‘사진 찍는 국회의원’으로 유명했다. 팔순이 눈앞인 그는 지금도 해외 출장이나 부산을 벗어날 때는 항상 카메라를 갖고 다닌다.

“지금도 어딜 가나 카메라는 손에서 놓질 않아요. 카메라 무게가 3.5㎏ 정도인데 주로 오른쪽으로 들다 보니 오른쪽 무릎이 안 좋아졌어요.”

정 전 의장은 팔순이 되면 인생을 정리하는 마지막 사진전도 열고 싶다고 했다. 의사로, 정치인으로 활동하면서 사진을 ‘추억이자 일기장’이라고 정의한 그는 두 번째 전시회 때 수익금을 전액 국제구호단체에 기부하기도 해 화제가 됐다.

1948년 경남 창원시에서 태어난 정 전 의장은 부산고를 졸업했고 15·16·17·18·19대 국회의원, 봉생병원 원장, 18대 국회 후반기 국회부의장과 국회의장 직무대행, 19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등을 역임했다. 그의 휴대전화 카카오톡 프로필에는 ‘정직한 삶은 어디 있나요’라는 문구가 적혀있다고 한다. 정 전 의장은 “자신의 ‘정직’ 모토를 사진과 연결해 사람 냄새가 나는 행복한 휴머니즘을 꽃피우고 있다”고 강조했다.

“저에게는 아내만큼이나 소중한 것이 카메라입니다. 취미를 넘어 사랑 그 자체입니다.”

글·사진=강성할 선임기자 shgang@busan.com


강성할 기자 shg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