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배터리 여권
그동안 한국 경제는 반도체가 먹여 살린다고 했다. 물론 그전에는 조선·기계 산업이 우리 경제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다. 그런데 앞으로 한국을 먹여 살릴 대표 주자로 배터리가 급부상하고 있다. 미래 모빌리티가 거대 산업으로 떠오르면서 그 핵심인 배터리가 주목받는 것이다. 올해 주식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것도 이차전지 관련주였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던 주가는 전기차 성장세가 주춤하는 사이 곤두박질하는 롤러코스터를 탔다. 정부가 공매도 금지라는 극약 처방을 들고나온 것도 이차전지 관련주에 올라탄 개미들의 비명 때문이었다.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급성장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탄소중립을 기반으로 한다. 그런데 배터리도 많은 환경 이슈를 갖고 있다. 광물 추출과 생산 공정에서 생물다양성 훼손이나 다량의 이산화탄소 배출 등의 문제를 낳는다. 내연기관차에 사용되는 납축전지에 비해 온실가스 배출이 9배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충전과 방전을 거듭하고 가치가 떨어진 폐배터리 처리도 골치다. 각종 중금속과 전해액 등이 포함된 탓에 토양 오염의 원인이 된다.
이런 문제를 완화할 방안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이다. 한동안 쓰레기 취급받던 폐배터리는 원료 가격이 치솟고 기업들이 재활용 사업에 뛰어들면서 ‘황금알’로 탈바꿈하는 분위기다. 우선 폐배터리를 방전시킨 후 양극과 음극, 분리막으로 분해해 리튬, 니켈, 코발트, 망간, 구리 등 원재료를 회수하는 재활용 방법이다. 또 수명이 다하지 않은 배터리 상태를 점검한 뒤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재사용도 있다. 중국은 이미 배터리 재활용의 단계별 국가 표준을 제정해 적용 중이고 지난해에는 배터리 재활용 산업 발전을 위한 로드맵도 만들었다. EU도 2020년 12월 배터리 규제안을 만들어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시장 활성화에 나섰다.
배터리 산업 관련 민간기업·기관들의 협의체인 ‘배터리 얼라이언스’가 ‘사용 후 배터리 통합관리체계’를 담은 법률안을 14일 정부에 제출했다. 배터리 여권 제도라 불리는 통합이력관리시스템을 통해 언제 어디서 만들어져 어떻게 쓰였는지, 누구에게 팔렸는지, 검사 결과는 어땠는지 등의 정보를 담는다. 이를 통해 공급망 및 안전성을 강화하고 제조사의 기술 개발에도 활용하자는 취지다. 글로벌 배터리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우리인데 미래 한국을 먹여 살릴 분야에 정책적 관심을 쏟아야 하는 게 당연지사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