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복도로 계단길 정비, 예산 부족에 시작부터 '삐걱'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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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청, 보행권 확대 위해 추진
지방소멸대응기금 줄어 어려움
시비 7억 원 신청 등 대책 고심

부산 서구청이 주도하는 산복도로 계단 길 정비 사업이 예산 확보난으로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은 산복도로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노인의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서구청이 주도하는 산복도로 계단 길 정비 사업이 예산 확보난으로 시작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사진은 산복도로 가파른 계단을 오르는 노인의 모습. 정종회 기자 jjh@

부산 서구청이 산복도로 주민 보행권 확대를 위해 야심 차게 추진한 계단길 정비 사업이 예산 문제로 시작부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예산 대부분을 차지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 확보가 예상보다 어려워지면서 사업 규모가 축소될 위기에 놓였다.

부산 서구청은 내년 ‘1800계단 이음길 조성사업(이하 이음길 사업)’ 예산으로 지방소멸대응기금 3억 1000만 원을 확보했다고 19일 밝혔다. 서구청이 이음길 사업으로 신청한 지방소멸대응기금 9억 4000만 원보다 6억 3000만 원 줄어든 규모다.

앞서 서구청은 들쭉날쭉한 계단길 탓에 산복도로 주민이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다는 지적(<부산일보> 5월 23일 자 1면 등 보도)이 나오자 올 6월 이음길 사업을 추진했다. 내년부터 2028년까지 5년 동안 서구 147개 계단길 등을 차례대로 정비하고, 수직형 엘리베이터 1기와 보행교를 설치한다는 계획이었다. 재원은 매년 정부가 지급하는 지방소멸대응기금에서 충당하기로 했다.

하지만 충분한 지방소멸대응기금 확보에 실패하면서 이음길 사업은 시작부터 난항을 겪는 모양새다. 이음길 사업에 투입할 지방소멸대응기금이 줄어든 이유는 앞선 행정안전부 사업안 평가에서 서구청 점수가 예상보다 낮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매년 각 지자체가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활용한 사업안을 제출하면 이를 토대로 사업 참신성과 타당성 등을 평가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각 지자체에 4개 등급(S·A·B·C)을 매겨 등급에 맞는 지방소멸대응기금을 차등 배분한다.

올해 서구청은 지방소멸대응기금 112억 원을 지원하는 A 등급을 노리고 내년도 사업안을 꾸려 제출했다. 결과는 다른 지자체 경쟁에서 밀려 최하등급인 C 등급을 받았다. 내년에 받는 지방소멸대응기금도 80억 원으로 줄면서 덩달아 이음길 사업에 배정된 예산도 축소됐다.

지방소멸대응기금 확보가 사업의 첫 단추였던 서구청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이음길 사업 첫해에 필요한 예산은 총 9억 5600만 원인데, 현재 확보한 예산은 지방소멸대응기금 3억 1000만 원뿐이다. 당장 예산이 부족한 만큼 내년에 보수하기로 한 계단길 30곳 정비 여부도 불투명한 실정이다.

서구청은 대안으로 부산시에 7억 원가량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지방소멸대응기금 부족분을 시비로 메우겠다는 뜻이다. 다만 시비 확보조차 실패하면 내년 정비 사업 계획 조정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서구청 관계자는 “계단길 정비는 1곳마다 2억 원이 필요해 예산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시비 확보마저 실패하면 추경을 통해 구비를 확보하거나 사업 규모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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