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휴전 막후는 자세 바꾼 미국 정부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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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적극 지지 바이든
사망자 늘자 국제사회 눈치
‘완전 휴전’ 압박도 커질 전망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회의를 갖고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들의 석방을 위한 협상이 타결에 매우 근접했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1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회의를 갖고 하마스에 붙잡힌 인질들의 석방을 위한 협상이 타결에 매우 근접했다고 밝혔다. EPA연합뉴스

이번 휴전의 막후에는 이스라엘이 교전 중단을 받아들이도록 밀어붙인 미국 정부의 자세 변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당초 하마스의 기습 공격을 받은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지 방침을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민간인 학살 이후 이스라엘과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 등을 위한 1050억 달러(약 136조 원) 규모의 안보 예산을 의회에 요청하는 등 이스라엘에 대한 전폭적 지지를 공언했다.

이스라엘의 대대적인 가자지구 공습으로 민간인 사망자가 나왔을 때도 백악관 측은 “우리는 이스라엘에 레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며 입장 변화가 없음을 시사했다.

그러나 가자지구 민간인 인명피해가 급증하고 국제사회의 비난도 커지자 바이든 대통령은 자세를 바꿨다. 그는 지난 2일 전투 중지 필요성을 처음 밝힌 데 이어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최대 병원인 알시파 병원 공격에 들어가려 하자 “병원은 보호돼야 한다”면서 민간인 시설에 대한 공격 자제를 주문했다.

지난 3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도 이스라엘을 찾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게 ‘인도적 차원의 일시적 교전 중단’을 공식 제안했다.

미국 정부의 입장 변화는 네타냐후 총리가 가자지구 안보 통제권을 포기할 수 없다면서 전후에도 가자지구를 계속 통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미국이 확실한 선을 그은 것으로 풀이된다.

일시적인 휴전이라는 이스라엘 정부의 강경한 입장에도 불구하고 이번 협상을 계기로 완전 휴전에 대한 압박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임시 휴전이라 할 지라도 전장에 머물고 있는 이스라엘군의 전투 태세에 악영향을 미치는 반면 수세에 몰린 하마스로서는 전열을 재정비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게다가 하마스가 50명 외에 인질을 추가 석방하면서 휴전 기간을 늘릴 경우 완전 휴전에 대한 압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 일부 풀려난 인질을 놓고 인질 가족 사이에서도 분열이 일어날 수 있고, 군인 가족으로부터 완전 휴전을 요구하는 여론이 비등해지기 때문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휴전 장기화에 대한 질문에 “기한은 정해져 있지만 인질을 추가로 석방하면 교전 중지를 연장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전적으로 하마스의 추가 인질 석방에 달려있다”고 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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