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조선, 영도부지 매각·1700억 조달로 재기 발판 마련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 대선조선 워크아웃 개시

수주 물량 해소 뒤 ‘다대’로 이전
수출입은행 통해 대출 지원 예정
향후 수익성 위주로 사업 재편
단기 유동성 위기 극복 기대감

부산 영도구 대선조선 전경. 대선조선 제공 부산 영도구 대선조선 전경. 대선조선 제공

지난달 주채권은행인 한국수출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던 부산의 대표적 향토 조선업체인 대선조선이 23일부터 워크아웃에 들어간다. 단기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자금을 확보한 대선조선은 재기할 기회를 얻었다는 반응이다.

■워크아웃 어떻게 진행되나

22일 대선조선에 따르면, 조선소가 위치한 영도부지는 오는 2025년 18척에 이르는 수주 선박을 국내외로 모두 인도한 뒤 매각할 방침이다. 영도부지를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한편 사하구 다대 부지로 통합 이전한 뒤 블록공장을 설립하고 타 중형조선사와의 협력 강화 등 신규 사업을 벌일 계획이다. 대선조선 관계자는 “2025년까지 쌓여있는 수주 물량을 해소할 때까지 조선소 부지가 필요한 만큼 영도부지를 적극 활용할 것”이라며 “기존 물량을 모두 해소한 뒤 사하구 다대 부지로 통합 이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함께 대선조선은 수출입은행과 재무구조개선 약정을 맺고 구조조정 작업과 함께 신규 대출 형식으로 1700억 원을 순차적으로 조달하기로 했다. 수출입은행으로부터 내년 3월까지 1000억 원을 지원 받고, 경영관리단과 협의를 거쳐 내년 3월 이후 700억 원을 추가로 지원 받기로 했다.

구조조정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조심스럽다는 입장이다. 경영관리단이 어떤 요구를 할지 결정된 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임원진은 교체될 가능성이 있다. 법정관리와 달리 워크아웃의 경우 기존 경영진이 경영권을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 경영관리단이 경영부실의 책임을 물어 경영진 교체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대선조선 측은 경영진 인사추천위원회 구성도 고려 중이다. 대선조선 관계자는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경영관리단과 적극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생산 부분 역량을 강화하고 향후 수익성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성하는 등 체질 개선에도 나선다. 워크아웃이 끝난 이후에도 조선업 포기는 절대 없다는 게 대선조선 측의 설명이다. 대선조선 관계자는 “지역의 대표적인 향토 조선업체로서 책임이 크다”며 “사업 다각화 등으로 워크아웃을 잘 마무리해 중형조선소 부활을 이끌 수 있도록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 기회 잡다

대선조선은 워크아웃으로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다. 중형조선사 중 가장 먼저 위기에 봉착했던 만큼 워크아웃이 절실했기 때문이다. 조선업계의 전반적인 호황에도 중형조선사 대부분은 인건비 및 자재비 상승, 숙련 인력 부족 등의 삼중고에 허덕였다. 특히 숙련 인력 부족은 중형조선사를 위기로 내모는 주원인이었다. 국내 숙련 인력 상당수가 수도권으로 쏠린데다 외국인 노동자 수급마저 여의치 않으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것. 게다가 선박 인도 시점에 대금의 60~80%를 받는 ‘헤비테일’ 방식은 선박 수주 이후 2년 가까운 기간동안 자체 자금으로 선박을 건조해야 해 대선조선의 자금 사정을 더욱 악화시켰다. 수주 물량을 쌓아두고도 다시 한번 워크아웃을 신청해야 하는 주 원인이 됐다. 그나마 기업 워크아웃의 근거법이 되는 기업구조조정촉진법 일몰 직전에 신청한 덕분에 빠른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대선조선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생으로 유동성 부족을 겪어 2010년부터 채권단 관리체제로 들어간 이후 구조조정 과정을 거쳐 2021년 동일철강, 동원주택, 동원종합물산, 세운철강, 동일스위트 등 부산지역 기업 5곳으로 구성된 동일철강 컨소시엄에 인수됐다. 이들 주주가 2021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대선조선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금액만 1100억 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워크아웃 개시는 대선조선이 단기 유동성 위기를 해소하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