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영 정상 ‘다우닝가 합의’ 체결…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 격상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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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현지시간) 다우닝가 총리 관저에서 열린 정상회담서 서명
‘안보’ 키워드로 북핵과 국제 분쟁 해법 관련 협력 방안 45개 과제로 도출
윤 대통령 노당당 당수 접견, 런던금융특구 시장 만찬 참석 등 일정 마무리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리시 수낵 총리와 한영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 관저에서 리시 수낵 총리와 한영 정상회담을 마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의 한 호텔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당수를 접견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런던의 한 호텔에서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당수를 접견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아내 김건희 여사(오른쪽)가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금융특구 시장 주최 만찬에서 마이클 마이넬리 런던 금융특구 시장과 함께 애국가를 듣고 있다. 윤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의 초대로 지난 20일 영국을 방문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왼쪽)과 아내 김건희 여사(오른쪽)가 22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런던금융특구 시장 주최 만찬에서 마이클 마이넬리 런던 금융특구 시장과 함께 애국가를 듣고 있다. 윤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의 초대로 지난 20일 영국을 방문했다. 연합뉴스

수교 140주년을 맞은 한국과 영국의 관계가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다. 양국이 박근혜 정부 당시인 2013년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에 합의한 지 10년 만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는 22일(현지시간) 이를 골자로 한 ‘다우닝가 합의’(Downing Stree

t Accord)에 서명했다. 합의문은 정상회담이 열린 총리 관저의 별칭(10 Downing Street)에서 따왔다. 윤 대통령과 수낵 총리는 합의문에서 “다우닝가 합의를 통해 양 국가, 경제 및 국민 간의 관계가 가장 높은 수준의 전략적 목표치로 격상될 것이며, 이는 이번 세기와 그 이후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모두 13개 단락의 본문과 총 45개 과제의 이행계획으로 구성된 합의의 키워드는 ‘안보’로 압축된다. 양 정상은 우선 북핵 문제를 위시한 국제 분쟁 해법에 인식을 같이했다. 구체적으로 ‘북한의 불법적인 핵무기·미사일 개발을 규탄하고, 모든 핵무기, 대량살상무기, 탄도미사일 프로그램과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반드시 포기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규탄’, ‘대만해협의 평화·안정이 국제사회 안보·번영에 필수 불가결임을 확인’, ‘이스라엘-하마스 무력 충돌에서 민간인 보호·인도적 지원·확전 방지 노력 강조’ 등이 포함됐다.

특히 다우닝가 합의 이행을 위해 안보·경제·지속 가능한 미래 등 세 가지 분야를 지정해 새로운 협력을 추진하거나 강화키로 했다.

우선 국방·방산에서는 △외교·국방 2+2 장관급 회의 신설 △국방협력 MOU 추진 △안보리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공동 순찰 △사이버안보 분야 ‘전략적 사이버 파트너십’ 체결 △방위력 협력 파트너십 의향서·방산 공동수출 MOU 체결 등이 이뤄졌다.

경제 분야는 다시 과학기술과 무역·투자를 주요 축으로 협력을 확대한다. 과학기술은 △디지털 파트너십, 반도체 협력 프레임워크, 우주 협력 MOU 체결 △양자기술, 합성생물학 분야 협력 △차기 ‘미니 화상 AI 안전성 정상회의’ 공동 개최 등 AI 분야 협력 확대 등이 포함됐다. 무역·투자는 △한·영 FTA 개선 협상 개시 선언 △한·영 경제금융 대화체 설치 △한·영 상호 투자 협력 채널 구축 △한·영 공급망 대회 개최 △한·영 세관상호지원협정 체결 등에 서명했다.

끝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분야에서는 △청정에너지 파트너십, 해상풍력 MOU 체결 △ 원전분야 광범위한 협력 △탄소저감장치가 없는 석탄발전소 단계적 폐지 △2050 탄소중립 달성 협력 △전략적 개발 파트너십 체결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 재정기여 증대 등에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다우닝가 총리 관저에서 열린 수낵 총리와 정상회담에 앞선 환담에서 “한국과 영국이 세계 평화와 번영을 함께 기대해 나가는 지도력을 발휘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양국이 그야말로 혈맹의 동지이기 때문에 경제 협력이라든지 과학기술 협력에 있어서 우리가 못 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수낵 총리는 “윤 대통령께서 영국을 국빈 방문한 것은 영국과 한국 간의 깊은 관계와 우정의 특징이며, 다우닝가 합의를 통해 그러한 관계를 더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국빈 방문을 계기로 자유무역협정(FTA)의 개선을 위한 재협상의 시작으로 인해 민간 협력이 더 강화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한국 기업들이 영국에 약 200억파운드(한화 약 32조 6150억 원)의 투자를 하게 될 텐데 그러한 투자 규모야말로 한국 기업이 영국 기업에 대한 신뢰의 증거”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또 이날 회담에서 북한의 소위 정찰위성 발사가 명백한 유엔 안보리(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이자 국제사회에 대한 도발임을 확인했으며, 국제사회와 함께 이를 규탄하고 공동 대처해나가기로 했다고 대통령실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키어 스타머 영국 노동당 당수를 접견하는 자리에서 노동당이 영국을 2030년까지 청정에너지 강국으로 도약시킨다는 비전을 통해 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한영 청정에너지 파트너십을 바탕으로 양국 간 협력이 크게 확대하도록 영국 의회의 협력을 기대한다”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윤 대통령은 이날 런던금융특구의 본청인 길드홀에서 열린 마이클 마이넬리 런던금융특구 시장 주최 만찬에 참석, “국제사회가 직면한 복합위기, 물가 상승, 식량·에너지 위기, 금융시장 불안 등을 언급하며 “국제사회가 이러한 도전을 극복하고 보다 자유롭고 번영할 수 있도록 한국과 영국은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이넬리 시장은 서울과 부산이 글로벌 금융센터 지수에서 11위·33위라면서 “한국이 K팝 순위처럼 점점 차트에서 순위가 올라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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