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 잡으려다 건강 해칠라… '살충제 주의보'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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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감 확산에 직구 등 늘어
정부 승인 제품은 전문가용
외국선 훈증 중 사망하기도
"집에선 고온 건조가 대안"

빈대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민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강력한 살충제를 찾고 나섰지만, 전문가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진은 ‘빈대주의’라는 문구와 함께 방제 방법을 알리는 안내문. 연합뉴스 제공 빈대에 대한 두려움으로 시민들이 해외 직구를 통해 강력한 살충제를 찾고 나섰지만, 전문가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고 우려한다. 사진은 ‘빈대주의’라는 문구와 함께 방제 방법을 알리는 안내문. 연합뉴스 제공

부산에서도 최근 빈대 출현이 확인돼 시민 공포가 커지고 있다. ‘빈데믹’(빈대+팬데믹)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해외 직구 등을 통해 살충제를 구하려는 사람도 늘고 있는데,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으로 인한 피해도 우려된다.

23일 쇼핑몰 ‘11번가’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이달 기준 살충제 부문 거래액은 지난해 대비 70% 증가했다. 해외 빈대 살충제를 판매하는 A업체 측은 “최근 들어 숙박 업체나 일반 가정에서도 빈대 살충제 문의가 많아졌다”며 “애초 판매량이 적은 점을 고려하더라도 지난해 대비 판매량이 4~5배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사하구 신평동에 사는 시민 정 모(28) 씨는 “최근 사하구에서 빈대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불안감이 더욱 커졌다”며 “방역 업체 비용은 비싼 걸로 알고 있어서 우선 빈대 전용 살충제를 알아보는 중이다”고 말했다.

시민들의 ‘빈대 공포’는 빈대를 퇴치할 확실한 방법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요인으로 보인다. 이달 환경부가 빈대 대체 살충제 8종을 긴급 승인했지만, 이는 방역업체 등 방역 전문가만 사용할 수 있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할 수 있는 빈대 살충제가 거의 없어 시민들이 해외 제품 등 자체적으로 살충제를 찾아 나선 것이다.

하지만 약품 전문가는 전문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살충제를 오남용 하면 건강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살충제에 섞인 화학 성분과 올바른 용법과 용량을 모른 채 사용하면 부작용이 높다는 것이다. 5년 전 이집트의 한 호텔에서 묵은 영국 국적 부부가 훈증 방식의 빈대 살충제를 흡입해 일산화탄소, 독성 화학 물질 흡입 등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국립과학연구원은 각 가정에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화학적 방제보다 물리적 방제가 더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섭씨 50도 이상의 고온에 노출되면 죽는 빈대 습성을 이용하는 게 올바르다는 것이다. 특히 가정용 건조기를 사용해 이불, 의류 등을 고온으로 건조하는 것을 추천했다. 가정용 건조기가 없는 경우에는 뜨거운 물로 세탁하거나 드라이기로 열을 가하는 것도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립과학연구원 화학물질연구과 관계자는 “물리 방제가 우선이고 화학 방제는 보조적 수단”이라며 “현재 환경부가 긴급 승인한 약품들도 직접 분사 방식으로 훈증 방식 등 해외 살충제 효과나 안전성이 검증됐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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