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재세만 피하자”…은행권 2조 규모 ‘상생금융안’ 내놓는다
금융당국 수장, 27일 은행장 간담회
주요 은행에 인터넷·외국계도 동참
상생금융안 규모 2조 원 이상 예상
민주당 제안 횡재세보다 많을 듯
금융투자·보험 업권도 상생금융안 마련 분주
은행권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대출금리를 낮춰주는 상생금융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규모는 약 2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으며, 인터넷전문은행과 외국계은행의 참여도 예상되고 있다. 상생금융안의 구체적인 안은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에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7일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주요 은행장들과 간담회를 갖는다. 앞서 두 금융당국 수장은 지난 20일 8개 은행계 금융지주 회장과 만나 자발적인 상생금융안에 대한 논의를 나눈 바 있는 만큼 핵심 계열사인 은행을 통해 구체적인 실행 방안 등을 보고받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간담회에는 카카오뱅크와 토스뱅크 등 인터넷은행과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 등 외국계은행의 최고경영자(CEO)도 참여한다. 상생금융에 있어서는 모든 은행이 동참해야 한다는 두 금융당국 수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금융지주 회장들과의 간담회 당시 “단기간 급격히 늘어난 이자 부담으로 동네·골목상권 붕괴가 우려된다”며 “반면 은행권은 역대급 이익이 지속되는 상황인데 은행들의 이자 수익 증대는 결국 국민 부담 증대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 원장도 “금융권이 양호한 건전성과 수익성을 유지하고 있는 만큼 업계 스스로 국민 기대 수준에 부합하는 지원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촉구했다.
상생금융안의 규모는 2조 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더불어민주당이 횡재세로 제시한 1조 9000억 원보다는 많아야 국민 정서에 부합할 것이라는 의견을 은행권에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도 이익 환수를 상시화하는 횡재세보다는 액수가 많아도 자발적으로 재원을 출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판단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은행의 이자 이익은 44조 2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0조 6000억 원)보다 8.9% 늘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금리가 오르며 은행의 이익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다만 은행이 마치 폭리를 취하고 이로 인한 횡재세 논란 등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는 생각도 든다”고 토로했다.
2조 원으로 예상되는 은행권의 상생금융 지원액의 대부분은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가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에서는 5대 금융지주가 올해 3분기까지 거둔 순이익(15조 6495억 원)의 10%가량인 1조 5000억 원을 부담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같은 기간 3대 지방 금융지주(BNK·DGB·JB)의 누적 순이익이 10분의 1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5대 금융지주의 부담은 더 늘어날 수 있다.
여기에 인터넷은행과 외국계은행의 일부 동참도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 김 위원장은 “법률로 추진하는 것은 아니지만 외국계 은행들도 협조해 줬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다만 인터넷은행의 경우 이미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규제 등을 통해 서민금융에서 큰 역할을 하는 만큼 은행들과 달리 부담을 크게 주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은행권의 상생금융 지원은 우선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이자 부담 경감이 가장 핵심이 될 전망이다. 은행권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대출 금리를 인하해 납부한 이자를 돌려주는 환급 형태의 지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은행 등은 이미 이달 초에 이 같은 방식의 상생금융안을 발표한 바 있다.
서민금융 지원 확대 차원에서 서민금융진흥원의 출연금을 늘리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은행권은 올해 1147억 원을 출연했는데, 금융당국은 이를 최대 5000억 원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의 상생금융 압박은 금융투자업권과 보험업권 등 다른 금융권으로 확산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당국은 은행장 간담회를 시작으로 주요 권역별 CEO 간담회를 릴레이로 개최한다는 예정이다.
먼저 대형 손해보험사들은 의무보험인 자동차 보험료를 내년 1.5~2% 내외에서 추가로 인하할 것으로 관측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이후에도 자동차 보험 손해율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고, 보험사 이익 규모도 급증한 만큼 상생금융 차원에서 보험사들이 적극적으로 인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 당국의 입장이다.
생명보험업계도 상생금융 관련 태스크포스(TF) 출범을 위해 실무진 협의를 진행 중이다. 증권업계는 수백억 원 규모의 상생 기금을 조성하는 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