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주의 새 책] 투명한 것과 없는 것 外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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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선비, 우정을 논하다

고전학자 정민 교수가 번역하고 해제를 붙인 마테오 리치의 <교우론>과 마르티노 마르티니의 <구우편>을 새로운 제목으로 완역 출간했다. 이 책들은 서학과 유학이 다르지 않음을 증명해 중국에서 크게 유행했고 천주교 신앙을 전파하는 데 토대를 마련했다. 우정에 대한 서양 고전을 총망라했다. 마테오 리치·마르티노 마르티니 지음/정민 역주/김영사/424쪽/2만 5000원.


■투명한 것과 없는 것

김이듬의 여덟 번째 시집. 김 시인은 2001년 데뷔 이후 에로티시즘이 돋보이는 시편들로 주목을 받았다. 이번 시집에서 시인은 불합리한 세상을 시로써 들여다본다. 이 도시를 사랑할 수 없다는 체념의 감정이 압도해 오지만, 포기하고 싶은 순간에도 세계를 다면적으로 보려고 한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은 아니다. 김이듬 지음/문학동네/176쪽/1만 2000원.




■뼈때리는 한국사

뼈에 남은 안정동위원소 분석에 따르면 신석기 시대 가덕도 주민들은 탄수화물보다 물개나 고래 같은 해양 포유동물과 어패류를 더 많이 먹었다. 가야 유적에서 출토된 사람들의 머리뼈 중에는 납작하게 눌린 것들이 있다. 진한 사람에게는 편두 풍습이 있었던 것이다. 인골고고학자 우은진이 고인돌 발굴의 최전선에서 말을 걸어온다. 우은진 지음/뿌리와이파리/240쪽/1만 8000원.



■ 비장한 불꽃

전태일 열사에 관해 본격적으로 분석한 평전이 사후 50여 년 만에 나왔다. 저자는 동아일보 기자 출신으로 논픽션 작가 겸 사회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다. 한 인물이 비상한 행동을 했다면 그 행동은 우발적인 것이 아니라 환경·사상 등 부단한 연결로 파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숱한 전태일 탐구 가운데 이 책은 짧은 문장과 속도감으로 핵심을 뚫고 있다. 이태호 지음/인간과자연사/389쪽/1만 9000원.




■사랑은 어떻게 역사를 움직이는가

사랑은 역사를 움직이는 톱니바퀴로 작동했다. 고구려 대무신왕은 호동왕자와 낙랑공주를 혼인시키고 그들을 제물로 삼아 낙랑국을 멸망시켰다. 왕건은 6명의 왕후와 23명의 아내를 얻었다. 결혼은 난세에 협력과 보답을 약속하는 보증수표와 같았다. 신여성 윤심덕은 왜 김우진과 함께 현해탄에 뛰어들었을까. 권경률 지음/인물과사상사/276쪽/1만 8000원.




■기본사회로 가는 저비용 도시

우리 사회가 주거 문제로 인해 경험한 집단적 욕망과 좌절의 원인을 밝혀내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오락가락했던 주거정책은 국민의 신뢰를 상실한 채 집을 욕망의 실현 도구로 변질시키는 데 일조해 왔다. 이 책은 정부 주거정책에 대한 분석을 근거로 불안한 고비용 사회에서 저비용 기본사회로 가는 방향을 제시한다. 이주원 지음/도서출판 경계/256쪽/1만 5000원.



■4321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반열에 오른 폴 오스터가 국내에서 10년 만에 신작 장편소설을 선보인다. 주인공 아치 퍼거슨의 삶을 탄생 전후부터 청년기까지 네 가지 버전으로 세밀하게 그렸다. 두꺼운 책이지만 속도감 있는 전개와 인물의 감정이 살아 숨 쉬는 문장의 흡입력이 뛰어나다. 폴 오스터 지음/열린책들/각 808, 744쪽/각 2만 2000원.




■아스퍼거 증후군 아이들

알버트 아인슈타인, 루트비히 비트겐슈타인, 빈센트 반 고흐, 빌 게이츠. 이 인물들의 공통점은 과학과 예술 분야에서의 뛰어난 업적 외에 모두 아스퍼거 증후군 증상을 보였다는 사실이다. 저자는 자폐스펙트럼장애에 관해 세계적인 권위를 가진 임상심리학자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작가가 이 책에 고마움을 표시했다. 토니 애트우드 지음/이상연, 조장래 옮김/348쪽/1만 80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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