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바다를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이야기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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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바다로 출근한다 / 김정하

<나는 바다로 출근한다> 표지 <나는 바다로 출근한다> 표지

<나는 바다로 출근한다>는 숭어들이 어로장, 영도 해녀, 깡깡이아지매, 수산물 경매사, 크레인 기사, 항로표지원, 최초의 여성 선장, 남해안별신굿 예능 보유자 등 바다를 업으로 삼은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모았다. 부산공동어시장에는 모래판을 휘어잡던 씨름선수 출신의 경매사가 있다. 선배 경매사의 목소리를 녹음기에 담아 두었다가 판소리를 배우듯이 목청을 틔우며 연습했다고 한다. 깡깡이아지매는 덜렁대는 디딤틀에 걸터앉아 뱃전의 녹을 긁고 떨어 내는 작업을 한다. 바다에서 하는 일에는 여러 위험이 뒤따른다. 흔히 등대지기로 불리는 항로표지원의 삶은 노래 가사처럼 아름답지만은 않다. 항로표지원은 무슨 일이 있어도 참아야 하고, 일에는 빈틈이 없어야 한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저자는 30여 년간 해양문화를 연구해 오고 있다. 흔히 '뱃놈'이라고 부르는 해양인들에 대한 편견에 반발해 세간의 인식을 개선하고자 이 글을 쓰게되었다고 한다. 송정은 서핑의 메카로 꼽힌다. 송정이 이름나기까지는 송정의 파도를 공부해 '서핑 성지'로 일군 한국 서핑의 대모가 있었다. 크루즈 연구자, 해저로봇 개발자, 해양건축사, 극지연구 과학자까지 이야기를 듣다 보면 바다가 우리의 미래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해양인 열전을 읽다 보니 해양수도 부산에 서울의 세빛둥둥섬이나 제주의 선상 호텔처럼 해양건축이 활성화되면 좋겠다. 한편으로 바다에 대한 위기감도 느껴진다. 50년 넘게 영도에서 물질을 해온 해녀들은 어장의 황폐화를 피부로 안다. 숭어들이 어로장은 물빛만 보고도 숭어 떼의 움직임을 읽는다. 가덕신공항이 들어서면 가덕 숭어잡이는 어떻게 될 것인가. 바다는 우리에게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김정하 지음/산지니/304쪽/1만 9800원.



박종호 기자 nleader@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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