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예술은 삶을 위로할 수 있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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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 패트릭 브링리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표지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 표지

예술이 삶을 위로할 수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의 갑작스런 죽음, 그 상실감을 버티지 못한 젊은 뉴요커가 세상으로부터의 도피를 결정한다. 그렇게 숨어든 곳은 자신이 알고 있는 가장 아름다운 장소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그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으로 재취업한다.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는 10년간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에서 인류의 위대한 걸작들을 지켜본 한 남자의 에세이다.

‘세계 3대 미술관’이라 불리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7만 평의 공간, 300만 점의 작품, 연 700만 명의 관람객이 찾는 곳이다. 그는 매일 아침 관람객이 입장하기 전 고요하고 거대한 이곳에서 램브란트를, 보티첼리를 만나고, 장엄하거나 아름답거나 혹은 비통한 사색을 통해 매번 새롭게 삶의 의미를 깨닫는다.

그만의 독특한 시선이 담긴 작품 설명에 빠져드는가 하면 어느새 관람객의 에피소드에 피식 웃음이 새어나온다. 삶과 예술 작품 사이를 경계 없이 드나드는 그의 이야기는 우아하고 또한 지적이다. 무엇보다 따습다. 작품을 수없이 언급하면서 그 흔한 작품 사진 한 장 없다. 그럼에도 전혀 부족하지 않다. 이 책의 문제점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을 찾아 뉴욕으로 떠나고 싶은 발싸심을 주체할 수 없게 된다는 것. 치명적이다.

예술은 삶을 위로할 수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상실로 고통 받고 계신 분들, 그리고 때마침 뉴욕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이들에게 이 책을 ‘강추’한다. 패트릭 브링리 지음/웅진지식하우스/360쪽/1만 7500원.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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