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동윤의 비욘드 아크] 부산은 넘버원(No.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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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상지엔지니어링건축사사무소 대표이사

국가 위상 드높일 부산월드엑스포
건축가에게도 작품 알릴 좋은 기회
평화 염원하는 부산 저력 보여 줘야

이념도 세대도 지역도 뛰어넘었다. 부산시는 물론 정부와 재계, 그리고 문화계에 이르기까지 전방위적 활동을 하고 있다. 부산 시민단체들은 지난 21일 부산시와 시민들과 함께 ‘2030부산월드엑스포(세계박람회) 유치 성공 출정식’을 개최했다. 부산 기업인들도 27일 프랑스 파리로 간다고 한다. 장인화 부산상공의회소 회장은 “우리에게 남은 마지막 임무는 다음 주 파리에서 있을 BIE(국제박람회기구) 총회장에서 2030월드엑스포 개최지로 부산의 이름이 울려 퍼지도록 하는 것”이라 했다.

이렇게 하나 된 마음을 간절하게 보여준 적이 있었던가. 괜히 울컥하며 절박감이 밀려온다. 결전을 기다리는 선수처럼, 합격 발표를 기다리는 수험생처럼 초조감과 기대감이 교차한다. 매년 하는 행사가 아니라 5년마다 하는 것이기에 더하다. 더구나 1851년 시작한 이래 대한민국은 세계(등록)엑스포를 한 번도 열지 못했다.

세계박람회는 올림픽, 월드컵과 함께 세계 3대 이벤트로 불린다. 올림픽과 월드컵이 체육을 주제로 한다면 세계박람회는 기간도 다른 행사에 비해 길 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경제, 과학, 문화적 성과를 선보이는 자리다. 개최국은 도시 재정비는 물론 경제, 관광, 마이스, 문화적 효과를 톡톡히 볼 수 있다.


태평양전쟁의 주축이자 패전 후 피폐해진 일본의 나쁜 이미지를 씻고 일본을 한 단계 성장시켰던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 중국 정부의 대규모 투자와 지원을 바탕으로 13조 원이 넘는 경제효과를 누린 2010년 상하이엑스포는 그 대표적인 예다. 상하이엑스포는 역대 가장 많은 관람객이 참여했으며 상하이가 세계 도시로 성장하고 위상을 굳히는 계기가 됐다. 일본 오사카는 다시 한번 그때의 영광을 기대하면서 2025년 엑스포를 준비하고 있다.

그렇다면 부산이 2030년 엑스포를 개최하게 되면 어떤 효과가 있을까. 2030부산세계엑스포는 육지와 수면을 포함해 약 340만㎡에 달하는 북항 일대에서 열릴 예정이다. 부산시는 2030부산세계엑스포 유치를 통해 45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5만 명 이상의 고용창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국가 위상 제고와 국가균형발전을 이룰 시금석으로 보기도 한다. 이런 파급 효과는 부산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건축에 있어서도 많은 기대를 하게 된다. 엑스포 유치 시 기반 시설뿐 아니라 참가국들의 전시관 설계와 건축 및 철거까지 직·간접적으로 참여한다. 현지의 규정과 법에 맞게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대전(1993년), 여수(2012년)에서 열렸던 전문(인정)엑스포는 참가국이 국가관을 건축할 수 없고 개최국이 지어서 참가국들에게 유료 또는 무료로 부스를 임대하는데, 전시 면적은 25ha 미만이다. 전시 기간도 3주에서 3개월로 세계(등록)엑스포에 비해 짧다. 그에 비해 부산이 도전하고 있는 세계(등록)엑스포는 전시 면적에 제한이 없고 참가국이 자국 경비로 전시관을 만든다. 그러다 보니 국가 전시장 자체가 이미 각국 대표 건축가들의 경연장을 방불케 한다.

주거나 사무 공간이 아니라 전시와 홍보를 위한 공간이기에 건축가들은 유연하고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다. 나라별 국가 전시장을 못 짓는 경우 국내 건축가들에게 배분한다. 각국 전시장을 통해 국내 건축가들의 작품 세계를 알리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 때 한국관은 고 김수근 건축가가 설계했다. 거북선 등 모양을 지붕에 얹은 그의 작품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세계엑스포를 가장 많이 연 도시는 파리다. 무려 6번이나 치렀는데 그때마다 새로운 시설을 세우고 도시를 정비했다. 에펠탑은 프랑스대혁명 100주년을 기념하며 열린 1889년 파리박람회 때 세워졌다. 물론 당시는 흉물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 에펠탑은 파리의 자랑이자 상징이다.

부산시도 엑스포를 준비하기 위해 도시건축통합계획을 수립하고 입체적인 도시로 재구성하겠다고 ‘2030부산 건축-도시 디자인 혁신 방안’을 발표했다. 부산은 6·25전쟁 때 피란민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다양성과 포용성, 그리고 확장성을 만들어 왔다. 그 이면에 전쟁만큼 비참한 것은 없다는 ‘평화’의 정서가 깔려 있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평화를 염원하는 피란수도 부산이 쌓아온 저력의 담대함이 요구된다.

나흘 남았다. 오는 28일 BIE 총회에서 182개 회원국의 투표로 가려진다. 투표 후 결과는 20분 만에 판가름 난다. 3분의 2 이상의 표를 얻는 도시가 ‘2030월드엑스포’ 개최지로 낙점된다. 부산은 넘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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