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마약 검사 추진… “우리가 ‘잠재적 범죄자’?”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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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일선 경찰들 검사 대상
경찰만 과도하다는 의견도 나와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경찰청이 내년부터 고위 간부와 일선 경찰관 일부를 대상으로 마약 검사를 추진한다. 경찰은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자체적으로 검사 계획을 세웠지만, 수사에 집중한 일선 경찰관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는 게 탐탁지 않은 반응이다. 경찰이 검사를 받는다면 마약 관련 업무를 맡은 검찰이나 관세청 공무원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24일 경찰청에 따르면 내년부터 총경 이상 고위 간부 전원과 경정 이하 경찰관 10%를 대상으로 마약 검사가 추진된다. 경찰은 내년도 관련 예산 4억 1400만 원 편성을 국회에 요청했고, 지난 7일 소관 상임위원회인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예산안이 통과됐다.

경찰은 예산을 받으면 내년부터 차관급인 경찰청장을 포함해 총경 이상 고위 간부 800여 명 전원에게 마약 검사를 할 예정이다. 5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경정 이하 경찰관 13만여 명 중 10%도 검사를 추진한다.

일선 경찰들은 불쾌한 기색을 애써 숨기려는 모양새다. 경찰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는 것 아니냐고 입을 모은다. 한 경찰관은 “경찰이 선제적으로 검사 계획을 세웠는데 조금 과도하다는 의견도 있다”며 “예산도 필요한 문제인데 마약 수사와 거리가 먼 부서까지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경찰관은 “경찰관 1명이 일탈한 계기로 전체 검사가 추진됐다”며 “마약 수사에 집중한 경찰들은 속내가 불편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은 이러한 반발을 고려해 애초에 경정 이하는 10%만 검사하는 방안을 확정했다.

경찰 마약 검사는 지난 8월 한 경찰관이 추락사한 사건을 계기로 추진됐다. 당시 그는 서울 용산구 한 아파트에서 의사, 대기업 직원 등이 있던 마약 모임에 참석했다가 떨어져 숨졌다.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은 지난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종합감사에서 “경찰관 정기 마약 검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고, 윤희근 경찰청장은 “자체적으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경찰이 마약 검사를 받아야 한다면 검찰이나 관세청 공무원 등도 적용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마약과 관련한 수사나 업무를 경찰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반면 마약 검사가 확대될수록 예산이 더 많이 필요한 만큼 검사 대상이나 범위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경찰뿐 아니라 군인도 입대 전 마약 검사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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