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마른 '金징어' 두 달 만에 가격 50% 급등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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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오징어 kg당 2만 1967원
지난해 동기보다도 20%↑
기온 변화, 남획 탓 어획량 급감
업계 "감척 등 정부 지원 절실"

추석 명절을 맞아 수산물 상생할인 직거래장터가 지난 9월 20일 부산시청 녹음광장에서 열렸다. 장터에는 붕장어, 오징어, 아귀, 미역, 다시마, 김, 명란 등 국내산 수산물을 시중가보다 10~20%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다. 강선배 기자 ksun@ 추석 명절을 맞아 수산물 상생할인 직거래장터가 지난 9월 20일 부산시청 녹음광장에서 열렸다. 장터에는 붕장어, 오징어, 아귀, 미역, 다시마, 김, 명란 등 국내산 수산물을 시중가보다 10~20% 낮은 가격으로 판매한다. 강선배 기자 ksun@

부산 사상구 주례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강 모(54) 씨는 최근 장을 볼 때마다 한숨부터 나온다. 메뉴에 해물파전이나 오징어무침같이 오징어가 재료로 쓰이는 음식이 많은데, 최근 오징어 가격이 성큼 오르며 지갑이 쉬이 열리지 않아서다. 강 씨는 “예전에는 2만 원 주면 3마리는 넘게 받은 것 같은데 지금은 마리당 만 원씩은 받는 느낌”이라며 “손님들이 발길을 끊을까 음식값을 올릴 수도 없다”고 토로했다.

고등어와 함께 ‘국민 생선’으로 불리는 오징어의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기온 변화와 남획 등의 이유로 오징어 어획량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업계는 감척 지원과 총허용어획량 조정 등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23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오징어(신선 냉장) 소비자 가격은 kg 당 2만 1967원이다. 8월 가격(1만 4563원)과 비교하면 불과 두 달 만에 50%가량 급증한 것이다. 작년 동기간 가격인 1만 8420원과 비교해도 20% 가까이 뛰었다.

이처럼 오징어 가격이 짧은 시간에 껑충 오른 건 어획량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KMI가 발간한 ‘오징어 수산 관측’을 살펴보면 지난달 오징어 어획량은 1871t에 불과하다. 재작년과 지난해 동기간에는 각각 1만 6512t, 8305t을 어획했지만 마치 절벽처럼 생산량이 뚝 떨어졌다. 연간 어획량으로 봐도 마찬가지다. 국립수산과학원에 따르면 연간 오징어 어획량은 2021년까지 5~6만t을 유지했지만, 올해는 10월까지 2만 3000t에 불과해 지난해 대비 30%, 최근 5년 대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오징어가 자취를 감춘 이유는 기후 변화에 따른 수온 상승으로 서식지를 옮겼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오징어는 난류 흐름과 수온에 영향을 받는 난류성 어종인데, 최근 수온 변화로 본래 서식지인 동해에 머무르는 시간이 대폭 줄었다는 것이다.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자원연구부 관계자는 “과거 50~60년 전과 비교해 우리나라 바다 전체가 수온이 올랐다. 그러면서 원래 동해에 있던 오징어가 적정 온도를 찾아 더 북쪽과 먼바다로 분산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거기에 대만부터 중국, 러시아, 일본, 북한까지 동해 살오징어 자원을 함께 이용하다 보니 오징어 조업 경쟁이 치열해져 남획이 이뤄진 측면도 있다”고 덧붙였다.


오징어잡이 어업현장의 모습. 수협중앙회 제공 오징어잡이 어업현장의 모습. 수협중앙회 제공

오징어 씨가 마르자 어민들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50년 동안 오징어를 잡아 온 김월광 부산오징어채낚기협회장은 “7~8년 전부터 앞으로 동해에서 오징어 씨가 마를 것이라 경고했는데 아무도 귀담아듣지 않았다”면서 “다음 달에도 고기가 안 나면 동해 채낚기 어선들은 그야말로 줄도산할 위기다. 어민들이 속한 수협도 줄줄이 악영향을 받으면 수산업계 전체가 회복이 안 될 정도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협회장은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그는 “기후 변화와 어업 기술 발달로 예전과 상황이 달라진 만큼, 현재 400척 정도 되는 채낚기 어선을 줄일 수 있도록 감척 사업을 지원해야 한다”면서 “또한 지나치게 바다 생태계를 파괴하는 어법에 대해서는 총허용어획량을 조정하는 등 정부가 시급히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오징어 가격이 천정부지로 솟자, 정부는 직접 점검에 나서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20일 해양수산부는 박성훈 차관이 강릉 주문진 농공단지에 있는 오징어 가공업체를 방문해 수급 상황을 점검했다. 해수부는 오징어 가격 안정을 위해 이미 정부 비축 오징어 500t을 풀었으며, 1005t을 추가로 방출할 계획이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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