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전산망 먹통 사태, 원인은 ‘라우터 포트 불량’… 관리 부실 논란도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네트워크 장비에 케이블 연결하는 부품 불량
매일 장비 눈으로 체크했지만 이상 발견 못 해

정부 행정전산망이 일주일 사이 4번째 먹통을 일으킨 지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설치된 지방행정 전산 서비스 장애 대응 상황실 입간판의 모습. 부산일보DB 정부 행정전산망이 일주일 사이 4번째 먹통을 일으킨 지난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 설치된 지방행정 전산 서비스 장애 대응 상황실 입간판의 모습. 부산일보DB

정부가 최근 행정전산망 먹통 사태의 원인을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의 포트 불량에 따른 것으로 최종 결론을 내면서 일주일이나 넘게 이어진 전산망 사고 원인 분석이 일단락됐다. 네트워크 장비에 케이블을 연결하는 기계 부품의 불량이 전 국민의 민원 업무를 ‘올 스톱’시켰다.

행정전산망은 지난 일주일 새 4번이나 먹통 사태를 빚었다. 행안부는 먹통 사흘만인 지난 19일 지방행정전산서비스가 모두 정상화됐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또다시 주민등록시스템이 지난 22일 일시 장애를 겪었다. 지난 23일에도 조달청의 국가종합전자조달시스템인 ‘나라장터’에서 1시간가량 불통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 24일 또다시 모바일 신분증 서비스가 마비되면서 일주일 동안 발생한 전산장애는 모두 4건이 됐다.

26일 지방행정전산서비스 개편 태스크포스(이하 TF)에 따르면, 행정전산망을 마비시킨 원인은 네트워크 장비인 '라우터'의 물리적 손상이다. 라우터는 전산망의 통합검증 서버와 연결된 장비다. 패킷(데이터 묶음)을 서버로 전송할 때 용량이 큰 패킷이 유실되는 현상이 발견됐다. 그 원인을 라우터 장비의 케이블을 연결하는 포트 중 일부의 이상에서 찾았다. 라우터 장비의 물리적 손상으로 인해 대규모 국가 전산망 마비 사태가 벌어졌다는 것이다.

매일 점검하는 장비인 하드웨어의 관리가 부실했던 것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된다. 해당 라우터는 2016년 미국 시스코에서 도입한 제품으로, 사용 계약이 만료되지 않았다. 관리는 국내 업체인 대신정보통신이 맡아왔다. 전산 시스템을 총괄 관리해온 행안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이나 유지·보수업무를 맡아온 업체에서 라우터 손상을 사전에 감지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해 국가정보자원관리원 이재용 원장은 “매일 전산실 장비를 눈으로 체크하지만, 미처 예상하지 못한 것은 잡아내기가 어렵다”며 “제조사와 협의해서 선제적으로 문제를 발견하고 모니터링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전산망 장애 원인이 일주일 사이를 두고 'L4스위치' 오류에서 '라우터 포트 손상'으로 바뀐 배경도 궁금증을 낳는다. 정부는 지난 19일 전산망 완전 정상화를 발표하면서 장애 원인을 다른 네트워크 장비인 'L4스위치'의 이상으로 추정한 바 있다. 당시 서보람 행안부 디지털정부실장은 "장애 원인으로 L4 장비에 문제가 생겼다는 걸 발견했는데, 그 안에 어떤 부분이 실제로 문제를 일으켰는지에 대해서는 조금 더 면밀한 조사를 거쳐서 확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서 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19일 브리핑을 하면서 원인은 L4스위치로 추정된다고 말씀드리며 '추정된다' '판단된다'고 했지 100%라는 것은 아니었다”며 “가능성이 높다고 했던 것”이라고 이전과 다른 입장을 보였다.

TF 공동 팀장인 숭실대학교 송상효 교수는 "확인된 사실을 신속히 발표해야 했으나, 결과에 대한 신뢰를 높이기 위해 명확한 검증 과정이 필요했고 이에 따라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며 양해를 구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